가오슝
가오슝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꼽으라면 가오슝 시립도서관을 꼽겠다.
단, 이건 순전히 내 취향을 고려한 것이니 주의할 것. 사실 가오슝 여행코스를 찾아봐도 도서관을 넣는 경우는 잘 없다. 그래서 나는 남이 짜놓은 여행코스대로 다니는 것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살짝 마이너 한 취향이기에 내 입맛에 맞는 코스를 짜는 것은 인기가 없을 테다. 대부분 2박 3일이나 3박 4일의 짧은 일정에서 가장 즐기고자 하는 것은 쇼핑과 식도락일 테니.
가오슝에서 가봐야 할 곳들은 그래도 대충 다 둘러본 것 같아 오늘은 숙소 가까운 곳들 중 못 가본 곳들을 다녀왔다. 그중 하나였던 시립도서관. 사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이게 포인트다) 생각 외로 너무 좋았다.
책을 한 권 넣어가길 잘했다. 시간이 나면 공원에 앉아 책을 읽으려 했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이 풍경을 앞에 두고 책을 읽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도서관은 아주 쾌적하고 마치 시중 서점처럼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도서관 열람실은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부의 창은 대부분 통유리로 이루어져 밖이 훤히 내다보였는데, 탁 트인 시야 덕에 아픈 머리를 잠시 식힐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맨 위층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길래 바쁘게 계단을 올랐다.
오르는 도중 마주한 장면에 잠시 숨이 멎었다. 제법 성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사실 도서관 위치가 중심가에 위치한지라 사방에 높고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통창으로 보이는 광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잠시 사진을 찍을 겸 밖을 내다보다가 해가 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층 더 위로. 계단을 다시 바쁘게 올랐다.
잠시 당황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루프탑 바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튼 것이 아닌가 했는데, 도서관 측에서 틀어주는 듯했다.
선셋은 아쉽게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 김에 야경까지 보고 가려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밤이 되니 더욱 화려하다.
오늘은 가오슝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마지막 날 이렇게 좋은 곳을 발견하다니. 아쉽지만 그래도 나만의 애정하는 장소를 찾은 걸로 만족해야지. 누군가가 내게 가오슝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물어본다면 대답할 장소가 생겼다.
드디어 내일 컨딩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