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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y 08. 2023

[D+20] 가봐야만 알 것 같아

타이동-화롄


Black에서 brown, brown에서 yellow, yellow에서 white, white에서 what
많은 곳을 도, 돌아보고 왔지만 다음 곳은 가봐야만 알 것 같아
ㅡ 김하온, 붕붕


 요즘 딱 이 노래 가사 같은 마음으로 여행 중이다. 컨딩-뤼다오-타이동, 이 세 곳에서부터 여행이 점점 재밌어지더니 화련에 도착하니 딱 이 심정이다. 그래, 와봐야만 안다. 화련에서 3일을 지낸 후 타이베이로 갈 예정인데, 사실 화련에 3일 동안이나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컨딩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타이루거(Taroko)에는 꼭 가보라 하기에 타이동에서 화련으로 올라왔다.


 


 타이동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11시 기차를 타고 화련으로 갈까 했는데 아침도 먹어야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아 주인분께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만 더 주실 수 있냐 여쭈니 흔쾌히 그러라 하셔서 12시까지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잠시 그친 비가 내가 숙소를 나서자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따라나오셔셔 몇 시 기차냐, 우산은 있냐며 물으셨다. 정말 끝까지 감동이다.


 11시 기차 다음은 1시 기차였다. 천천히 역으로 걸어와 표도 끊고 물도 샀다. 역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하니 30분이 지났다. 나머지 시간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시간 맞춰 기차에 올랐다. 팡 리아오에서 타이동으로 올 때 탔던 것과 똑같은 기차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창 밖은 온통 산과 나무로 변했다. 비가 와서 산 위로 자욱한 안개가 끼어 운치가 있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달려 화련에 도착했다.

 


 타이동에서 오다 보니 화련이 엄청 큰 도시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배낭을 메고 비를 맞는 일은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당일 예약한 호스텔은 걸어서 10분 거리라는 후기를 봤는데 아무래도 10분은 더 걸리는 것 같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예약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화련 슬리핑 부트 호스텔


 그렇게 도착한 호스텔. 호스텔 직원분들을 만나자마자 후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무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 내일 갈 타이루거에 대한 정보며, 근처 맛집에 대한 정보까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자마자 추천받은 곳으로 향했다.



 계란 추가 45위안, 안 하면 30위안. 나는 계란을 추가했다. 와. 맛있다. 엄청 바삭하다. 우리나라 전 끄트머리 바삭한 끝부분의 맛이다. 거기에 간장 소스와 매콤한 소스를 바른 맛. 다음에는 계란 없이 먹어보고 싶다.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렇게 걸어서 숙소 주변을 다녀보았다. 화련도 시내가 꽤 컸다. 높은 건물은 없지만 '그래, 이게 대만이지' 하는 느낌이 물씬 난다. 개인적으로는 서쪽보다는 동쪽 대만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사람들의 외모도 나는 윗지방, 아랫지방으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동, 서로 나뉘는 듯하다. 화련은 윗 지방이지만 뤼다오와 타이동 사람들과 비슷하다.


까만 콩 두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배가 고파 만두를 시켰는데 저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그래도 깨끗하게 클리어. 물만두만 수북하게 시킨 나를 대학생 커플이 이상한 듯 힐끔 보며 지나간다. 모른 척 코를 박고 먹었다. 만두는 피가 두꺼운 것만 빼면 맛있었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온 곳이 제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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