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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Nov 05. 2018

앤의 초록지붕 카페









카페 안으로 들어선 세화는 뜨거운 와인을 주문한 후 빠에 남아있는 의자에 앉으려다 그 곁에 있는 고양이를 그제야 발견하고서는 멈칫한다.

"카페에 고양이가 있네요?"


"네. 혹시 고양이 싫어하시나요? 그렇다면 주문을 취소해도 괜찮아요."


"아니에요. 저도 고양이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간절히 키우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후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하지만 괜찮아요. 만지지만 않으면 되니까."


주문받은 멀드 와인을 저으며 카페 주인 앤이 혼잣말처럼 되뇐다.

"참 안됐어요."


"네? 저요?"

세화가 눈이 동그래지며 앤에게 되묻자 먼저 앉아 있던 다른 손님들도 일제히 앤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좋아하는데 만지지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하며 지내야 하니까요."


그제야 세화가 고양이 쪽을 다시 내려다보고는 자리에 앉으며 짧게 답한다.

"그런가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네?"


"사실은 나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어요. 약을 먹었었죠.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수년 동안 말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약이 떨어졌고 어쩌다 보니 약을 수일 동안 먹지 않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동안 내 몸이 적응을 한 거죠. 알고 보니 그렇게 적응된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때요? 원한다면 혹시 몰라서 이번에 새로 타놓은 고양이 알레르기 약을 줄 수 있어요."


"아니요. 그렇게까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멀드 와인을 가득 채운 머그컵을 세화 앞에 밀어 놓아주며 앤이 눈을 찡긋하며 다시 이야기한다.

"거 봐요. 당신이 고양이를 곁에 두지 못하는 건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당신이 고양이를 간절하게 원하지 않기 때문인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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