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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Nov 19. 2020

김재이의 세번째 해녀 전시회를 개최합니다_제주 전시회

제주 화가, 해녀 그림, 제주 그림, 제주도 그림



안녕하세요. 해녀 그림 작가 김재이입니다. 제 3회 해녀 그림 전시회 일정 소개와 초대장 올려드립니다. 그동안 미흡한 작가의 어깨를 토닥여 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셨던 감사한 많은 분들에게 드디어 그간의 결과물을 보여드릴수 있는 뜻깊은 시간들을 갖고자 합니다. 저 또한 일년중 단 하루 마음 편히 붓을 놓고 손톱아래 물든 물감을 박박 지우고 많은 분들과 마음 편하게 수다스러울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에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 없답니다.


화가는 개인전에서 많은 관람객들에게 기를 얻어 또다시 일년을 버틸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간답니다. 전시회 첫날 갤러리 한자리에 다소곳이 서있겠습니다. 오셔서 눈을 마주하고 반가이 인사 나누어 주세요. 저는 힘을 얻고 여러분에게는 그림으로서 작은 희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불가피하게 코로나 시대에 전시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번 전시회는 예년과 달리 오프닝 행사없이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실까 염려되어 가까운 지인들께 조차 따로이 초대장을 보내드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전시회 첫날을 제외하고는 갤러리에 항상 상주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입장시 마스크와 손세정 부탁드립니다.


작품들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영감과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이호동 해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동상이몽 Oil on Canvas 53x 73

곱닥헌 애기 해녀는 입문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당장 대상군이 되고 싶다는 부푼 꿈만 한가득, 팔순 해녀 할망은 조 요망진 애기 해녀 내 손주며느리 삼고 싶어 속절없이 애만 태우며 아까웁기만하고, 지붕 위 고냉이는 해녀 할망 바굼지에 생선 얻어 먹을 생각으로 신이 나서 쫓아가지만 알고보니 우뭇가사리만 한가득. 동상이몽.

*곱닥헌-예쁜 *애기 해녀-초보 해녀 *대상군 해녀- 수확량이 가장 많은 해녀 *요망진-야무진 *고냉이-고양이 *바굼지-바구니



동행(Beatles ver.)Oil on Canvas 72x100cm

연세 지긋하신 분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실 이번 그림이 첫 시도였어요. 그래서인지 막연한 걱정들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천천히 한분 한분 그리기 시작하며 그분들을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저는 어르신들의 노동으로 일관된 삶을 주제로 삼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미화시키지도 않지만요. 다만, 그분들의 좋은 기운 건강한 기운을 그림에 담고 싶었지요. 한 분 한 분의 표정을 보아주세요. 해녀 어르신들의 수확후 상기된 표정, 홍조 띈 성취감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


그 모든 에너지를 받아 그림을 끝냈을때 비로소 처음의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해녀와 고냉이 Oil on Canvas 53x73cm

애기 해녀는 어부의 딸입니다. 애기 해녀의 어멍은 평생을 어부인 남편 걱정에 가슴 졸이며 살았는데 딸마저 바다에 나가겠다고 하자 그다지도 말려보았지만 고집 센 큰딸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애기 해녀의 어멍은 해녀 할망들이 가는 목욕탕에서 해녀 전담 세신사 봉사자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어멍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 새끼 목숨줄 바닷속에서 잡아줄 유일한 그 분들을 찾아 부탁드리고 또 부탁드리며 정성껏 등을 밀어드리는 일밖에 할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어멍에게는 가장 신성한 치성이며 기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애기 해녀의 어멍은 바닷가 어느 한 귀퉁이에서 딸의 출근길을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이호동 애기 해녀 이유정씨가 뮤즈가 되어 주셨습니다.



가파도의 밤 Oil on Canvas 100×72

십 년 전 행복해지고 싶다는 철없는 소망으로 서울을 떠나 터를 잡은 곳이 제주도였어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제주에서 조차 위로받지 못하고 어느새 지친 마음을 안고 우연히 찾게 된 곳이 가파도였어요. 그리고 가파도에서의 하룻밤.


우리는 처음으로 제주라는 땅을 바다 건너 가파도에서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 낮고 작은 섬에서 가장 아름답게 제주도가 조망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뜻밖에 제주에서의 우리들 모습도 함께 바라볼 수 있었죠. 그곳에서의 우리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쭈뼛거리며 시작도 못하고 있었고, 여전히 불안한 나날들로 발을 동동거리며 치열하게 살아 가고 있었죠. 다음날 제주로 돌아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 없이 하나 둘, 우리의 인생을 단출하게 정리해 가기 시작했고 대신 하고 싶었던 것을 더이상 미루지 않고 실행하기 시작했답니다.


언젠가 마음이 복잡하고 힘이 들때 가파도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손에 잡힐듯한 제주도를 바라보세요. 어쩌면 자신의 낯선 모습을 찾아볼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큰 언니 Oil on Canvas 73x53cm

큰 언니 품에서 바다 냄새가 나요. 한 겨울 바닷 바람보다 언니의 맨 살갗이 더 차가워도 담요로 어린 동생만 감싸안아요. 호이 호이 언니의 숨비 소리를 흉내 내어 호이 호이 언니 귓볼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어요. 이내 바람이 잦아들자 어린 동생은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아요.



비양도의 밤 Oil on Canvas 53x73cm

처음 해녀를 그리기 시작했을때에는 언젠가 나도 물속으로 함께 들어가서 해녀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어요. 그런데 제가 물 공포증이 조금 심해요. 어쩌면 그래서 더욱 물속에서 한없이 자유로울수 있는 그녀들을 저의 뮤즈로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하고요.


지금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예 생각지 않아요.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상상과 동경만의 세계가 오히려 표현의 한계를 허물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제 그림속에 자주 등장하는 달은 테왁을 상징해요. 테왁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녀들의 길잡이가되어 주기도 하고 또한 그녀들이 유일하게 기대어 쉬어갈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참았던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 테왁을 향해 마지막 발짓을 힘차게 내젓는다. 이윽고 해녀는 바다 밖으로 솟아, 비로소 날아 오르기 시작한다.'



https://www.instagram.com/jaey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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