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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Feb 09. 2022

서울 상회 _ 유화

서울 상회 Oil on Canvas 73x53cm

10년 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 후 처음 터전을 마련한 오래된 농가주택은 이 마을의 유일한 슈퍼 자리였어요. 문을 닫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서울 슈퍼라는 상호명은 건물에 선명히 새겨져 있었지요.


서울 슈퍼 자리에 서울내기들이 들어왔다고 동네 할망들께 환영도 받고요. 하지만 그때에만 해도 이곳은 오지중 오지였고 마을의 외지인 1호였던 우리 부부는 어느새 동네 근심 덩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지요. 도대체 이 시골마을에서 농사지을 땅도 없이 뭘 해 먹고살지 어르신들의 걱정이 크신것이었어요.


게다가 억울한 것은 같이 놀고 있는 남편은 구박 안 하고 꼭 저만 구박하시는 거에요. 제주 남자들은 놀아도 그다지 구박 안 받는다나요. 옛날에는 남자가 귀했던 섬이라서 그렇다고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저희 의견과는 무관하게 동네 어르신들끼리 합의를 보신 것이 있으시다고 다소 비장한 표정으로 총출동하셔서 저에게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아, 제주 할머님들께서는 조금만 격양되셔도 호통을 치세요. 싸우자는 거 아니고요~ 원래 억양이 그러하세요.


말씀인즉슨!

"미용 기술을 배워라. 젊은것들이 놀면 안 돼! 네가 여기다 미용실 차리면 우리가 다 여기서 머리 뽂아 주쿠마!"


아이디어는 꽤 신선했으나 시큰둥해 하는 저는 또다시 구박이라는 구박은 다 받고는 냉커피 한잔씩 돌려드리고 겨우 진정시켜 보내드리고 나니 한 어르신이 발길이 안 떨어지시는지 다시 돌아와 제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하세요.


"여그서는 농사지을 땅 없으면 못 산다. 바닷가 터전을 다시 알아봐라. 거기 가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웃뜨르 마을로는 딸 시집도 안 보냈다. 먹고 살길 없다. 바다로 가서 해녀질이라도 배워라."


이곳은 중산간 지역, 즉 바닷가가 아닌 바다와 한라산 중간 지점이거든요. 음.. 있잖아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말이지요.. 그때 그 할머님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어요. 지금은 바닷가 땅이 너무 비싸서 가고 싶어도 가지도 못하거든요. 바닷가 땅을 샀으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 거예요! 역시 어르신들 말씀은 진리시고 잘 따라야 해요. 너무 아쉬워요.. 해녀 그림작가가 아니라.. 진짜 해녀가 됐어야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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