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섬 Oil on Canvas Φ69x69cm
마음이 어지러웁고 괴로워 낯선 할망들 무리를 따라 무작정 올라 탄 배, 거센 파도에 작은 배가 뒤집힐 듯 휘청거리며 위태로워지니 다급한 두 눈이 구명조끼를 애타게 찾는 내 모습이 우스워.
어느 섬엔가 도착하여 고작 십 분 만에 땅을 밟아 놓고는 살았구나 감개무량하기까지, 힘들어 죽겠다더니 다 거짓말, 간절히도 살고는 싶구나 헛웃음이 새어 나오는, 뱃멀미에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함께 타고 온 섬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어느새 무인섬인 듯 거짓말처럼 고요해지며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아름다운 것인지 적막한 것인지 쓸쓸한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고 그저 보이는 길마다 보이는 갈림길마다 머뭇거리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막배를 보내고 날이 저물고
문득, 바다 건너 저 묵직한 섬이 내가 떠나온 섬이구나 그제서야 보이는데,
우주를 가보면 이런 모습일까.
내가 떠나온 곳은 지구이고 내가 서있는 곳은 달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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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떠나온 곳은 제주도이고 내가 서있는 곳은 가파도였답니다. 작품 속의 달빛 아래 섬은 가파도에서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보이는 제주 본섬이고요.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제주를 떠나 가파도로 향하고는 한답니다.
그저 이해되지 않는 괴로운 일로부터 한걸음 떨어져 섬과 마주하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고 곧 평안함을 되찾을수 있기 때문이지요.
3월 16일 #화랑미술제 출품작입니다. 예성갤러리 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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