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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Apr 21. 2022

타인의 자화상 2022 _ 갤러리 엠나인 단체전




타인의 자화상 Oil on Canvas 91x72.7cm


어린 날의 어리석은 사랑은 온몸에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는 아직도 젊고 아름답고 영롱할 뿐이었다.

깊은 상처 속에서 힘겹게 돋아난 진주처럼.


작년 첫 선을 보인 타인의 자화상 연작은 이전 해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작품들에서 벗어나 더 이상 해녀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는 첫 시작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작품 속 뮤즈는 해녀였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 또한 잠수복의 일부입니다.


제주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절대로 해녀로 키우지 않겠다는 어머님의 애끓는 소망으로 물 근처로는 얼씬도 못하며 자란 그녀는 세월의 풍파 앞에 그다지도 반대했던, 그다지도 하기 싫어했던 '해녀'의 길로 운명인 듯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삶에 대해 알아가며 그녀의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깊숙이 알아가며 그녀가 왜 그리 온몸에 가시를 돋우고 살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해녀일이 천직이라고 나는 강한 엄마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가 여전히 품고 있는 또 다른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언제부터인가 해녀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 바뀌며, 때때로 그녀의 두려움이 나의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였으며 해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으나 거울 속의, 액자 속의 모습들은 별 반 다르지 않은 막연한 두려움을 감추고 사는 나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타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나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자화상' 은 5월 3일~ 5월 29일까지 서울 갤러리 엠나인에서 치루어지는 단체전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 에서 만나 보실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jaey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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