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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Jun 15. 2022

운파월래 - 아트 제주 2022 참가작

운파월래雲破月來 Oil on Canvas Φ69x69cm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거센 바람에 내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이제껏 걸어오던 이 길 조차 옳은 선택이었는지 혼란스러울때 어느샌가 구름 사이로 따뜻하게 새어드는 달빛 한줄기가 내려앉았지요.


그제서야 알았어요.

달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잠시 지나치는 구름이 그 빛을 가리고 있었을 뿐, 언제고 구름은 지나가고 달은 다시금 환한 빛을 내어준다는 것을요.



운파월래는 8월 #아트제주페어 참가작입니다. 아트제주와 함께 합니다. 

운파월래: 구름 사이로 새어드는 달빛.




가끔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께서 유화에 대하여 묻고는 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를 그릴 당시에도 유화로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유화 사용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미국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도 대부분 유화로 시작을 하시더라고요. 일본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유화로 그리시는 분들이 많으시고요.

사실 유화로 구상화를 그리는 데에는 정말 많은 시간적 노동적 투자가 필요해요.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더욱이 없고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심신 단련이나 조급함 등을 내려놓고 싶으시다면 한번 도전해보시라고 권해드리기는 해요.

달빛 해녀작 같은 경우에는 그리고 말리고를 십 수 번은 반복을 해야 하는데요. 그 정도는 성공적으로 잘 풀렸을 때의 일이고요.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는 그림을 완전히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할 때도 많답니다. 이것은 유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얼마든지 말리기만 하면 그 위에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유화 작가들은 작품이 보이는 곳에 놓여 있으면 끊임없이 덧바르고 덧바르고를 숙명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다지요. 달빛 해녀작중 월량화는 소장가님께 이 작품이 혹시 수십 년 후에 엑스레이로 겹겹이 쌓인 물감 속의 또 다른 그림을 찾아내게 된다면 적어도 세작품 정도는 전혀 다른 작품이 그 안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해 드리니 무척 즐거워하시던 기억이 나요.

저는 성격이 아주 급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유독 그림 그릴 때만큼은 차분해지고 유화를 다루는데 적합한 마음가짐이 된답니다. 이것이 유화를 시작하면서 고쳐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그런 성격이 내포되어 있던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딱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겹쳐지고 겹쳐지고 겹쳐져서 가장 아래의 색은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한데도 켜켜히 쌓여진 그 유화의 색채에서 그 무게감이 분명히 느껴진다는 것이죠. 느리고 반복하고 인내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색감의 중후함, 그것 하나만으로 유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충분히 된답니다.


https://www.instagram.com/jaey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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