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든 지역에 있든 사드에서 가깝든 멀리 있든 우리 모두가 내부죠.
7월20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59호입니다.
1. KBS의 곪은 상처가 보기보다 심각한 모양입니다. 이정현 녹취록 공개 20일이 지났는데 반성과 수습은커녕 보복성 인사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KBS의 침묵을 비판한 기자는 갑자기 제주도로 발령이 났고 사드 배치를 비판한 해설위원은 연구소로 쫓겨났습니다. 국·부장단이란 사람들이 성명을 냈는데 “KBS인으로서 KBS를 팔아 이름값을 올렸으면 당당하게 뒷감당도 하는 게 당연한 자세가 아니냐”고 했군요. 보복성 인사라는 걸 시인한 꼴인데요. 어쩌다 KBS가 이 정도가 됐나 싶습니다. 선배란 사람들이 정상화 모임이란 걸 만들어서 후배들을 찍어 누르고 있군요. 김도연 기자의 기사입니다.
2. 사드 배치 관련 보도를 보면 이게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총리에게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고 무법천지 어쩌고 하더니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떠들다가 급기야 기승전 종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괴담 취급하는 전자파 위험은 오히려 지엽적입니다. 사드로 미사일을 막는다는 게 오히려 괴담 아닐까요?
2-1. 지역MBC와 서울MBC가 상반된 보도를 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끕니다. 이걸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한반도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에서 외부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가난하든 부자든 서울에 있든 지역에 있든 사드에서 가깝든 멀리 있든 모두가 내부죠.
이번 주에도 반짝반짝한 기획 기사가 많습니다.
3. 미디어오늘 대학생 명예기자들이 모처럼 협업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 언론고시 커뮤니티인 아랑에 뜬 채용 공고 1000건을 분석했는데요. 정규직을 뽑는 곳은 11.3% 밖에 안 되는군요. “오르지 못할 경력과 쓰고 버려질 인턴만 널렸다”는 게 조사의 결론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이면 다행인데 아예 근무조건을 밝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고요. 경력직만 뽑으면 어디서 경력을 쌓으란 말이냐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정철운 기자와 장재란 김승현 곽효원 명예기자가 고생해서 만든 기사입니다.
4.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소비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미디어오늘이 20대 대학생들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몇 가지 특징은 종이신문이 일단 재미도 없지만 뭐가 됐든 한 신문만 보는 게 옳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치·사회 이슈에 흥미를 못 느끼기도 하지만 뭔가 읽으려고 해도 맥락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고요. 또래 집단의 특성이 그래서일까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뉴스가 별로 없거나 이게 공정하다는 판단이 안든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30대와 40대가 페이스북을 정보 창구로 활용하는 것과든 또 다르죠. 차현아 기자와 황정민 대학생 명예기자가 정리했습니다.
5. 정치기사 바로보기 마지막회는 싸움 붙이는 언론이 주제입니다. “싸우지 말고 일 좀 하라”면서 갈등을 부각시키는데 정작 싸움이 없으면 기사 쓸 게 없다고들 하죠. 조윤호 기자는 이를 정치를 쟁투로 가두는 전시 저널리즘이라고 규정합니다. 정치혐오를 조장하지만 사실 공존하고 있는 거죠. 정치가 그래서 그렇다는 게 기자들의 변명이지만 사실 언론이 그렇게 규정하고 몰아가는 측면이 크죠.
6. 이정현 녹취록이 뒤늦게 공개되긴 했지만 세월호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반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강성원 기자가 세월호 보도 백서를 다시 검토해 봤는데요. 구체적인 정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길환영 전 사장이 김시곤 전 국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자네만 아니라 나도 죽어.” 사퇴를 종용하면서 “자넨 나하고 같이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길환영 전 사장의 고교 동문인 국정원 직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었죠. KBS만 그렇겠습니까. MBC에도 보도지침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7. 중앙일보의 혁신 전략이 공개됐죠.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클릭 수보다 체류시간에 무게를 두고 종이신문을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창조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아티클이 아니라 맥락과 정보를 담는 파티클로 간다는 전략도 흥미롭군요. 조직이 좀 더 유연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 총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죠. 독자를 세분화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참여도(engagement)를 높이는 전략을 제안합니다. 사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8. 노조 착취로 유명한 유성기업이 최근 여기저기 언론에 “우리 회사 좋은 회사”라는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누구나 정년까지 다닐 수 있고 비정규직은 전혀 없고 연봉이 8000만원인 꿈의 회사.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손가영 기자가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노조가 파업을 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어용 노조를 만들어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은 쏙 빼놨군요. 살인적인 야근과 특근에 시달린다는 사실도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 조합원도 있었죠.
9. 빅데이터가 무슨 창조경제의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것 같은데요. 정부는 비식별화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카드 결제 내역 네 군데만 털면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부는 정보집합물 결합이란 걸로 이걸 또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비식별화는 결코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진보넷의 주장입니다. 괜한 호들갑이 아닌 게 이게 빅브라더 시대의 예고편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금준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JTBC가 잘하긴 하지만 무리수도 많죠.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뿐”이라는 사드 부대 운영 요원의 발언은 오역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군요. / 친박 최경환 의원의 50억 수뢰설, 단독 보도한 게 아시아투데이죠. 최 의원이 소송을 걸었는데 “팩트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확인도 하지 않고 실명을 깠겠느냐”는 거죠. 흥미진진합니다. / 정윤회 문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계일보. 청와대가 소송을 걸었다가 1년 8개월만에 취하했군요. 진실은 저 너머에. / TV조선이 구원파가 낸 소송에서 계속 지고 있습니다. 구원파 때문에 세월호가 가라앉기라도 한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명예훼손으로 합의금까지 물어주기도 했군요. / 독일의 공영방송 ZDF는 이사가 11명이군요. KBS는 11명, MBC는 9명입니다. 이사를 마구 늘려서 누가 누구 편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애초에 정부가 손을 떼는 게 우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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