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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060호.

오죽하면 세월호 유족들이 조사관들 출장 가는 데 기차표를 끊어줬을까요.

by 이정환

7월27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60호입니다.

1. 이정현 녹취록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KBS가 사드 배치 보도와 관련, 지역에 보도지침을 내려보낸 정황이 드러나 논란입니다. 외부세력 개입을 부각시키라는 지침이 KBS 대구방송총국과 대구MBC에 내려간 것도 심상치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KBS는 누가 이 사실을 외부에 흘렸는지 색출할 모양입니다. 기자협회장 등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시작했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말이죠. 김도연 기자의 기사입니다.

2. 차현아 기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 지역신문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신문들은 대부분 사드는 필요하고 님비는 어쩔 수 없고 외부세력은 빠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성주를 고립시키고 ‘착한 국민’ 프레임에 가두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희생하라는 거죠. 님비를 벗어나면 불순하고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 받습니다. 색깔론 공세도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프레임이 먹힌다는 거죠. 지역신문들이 외부 세력은 빠지라고 바람을 잡거나 우리를 폭도로 몰지 말라거나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정치를 정치로 보지 못하게 하는 교묘한 여론 조작입니다.

3. 이번 주는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이 뜨거운 화제였습니다. 이건희 보도가 한국 언론의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가 11건을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3건, 대부분 신문이 겨우 1건, 뉴스타파를 인용하는 데 그쳤고요. 중앙일보와 문화일보는 끝내 침묵했습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동영상이 한겨레에 먼저 갔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거액을 요구해서 거절했다는 게 한겨레의 해명이었는데요. 한겨레는 뒤늦게나마 후속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불법적으로 만든 영상을 공개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경우는 단순히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라 그룹차원의 개입이 확인됐기 때문에 공적 가치를 갖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재진 강성원 기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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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철운 기자는 지난해 주요 언론 관련 판결을 분석했습니다. 이거 재밌군요. 채널A는 여기저기 종북 딱지를 붙이다가 손해배상 폭탄을 맞고 있습니다. 먹거리X파일의 몰카도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군요. 땅콩회항 승무원의 ‘악마의 미소’ 기억하십니까. 그건 ‘악마의 편집’인 걸로 뒤늦게 판명이 났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 실명을 까면서 마녀 사냥을 했던 문화일보도 이들은 공적 인물이 아니며 보도에 공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손해배상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허위 사실을 담은 기사형 광고 때문에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도 있군요. 한국경제입니다. 권재홍 MBC 앵커의 ‘허리’우드 액션은 반론 보도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군요.

5. 손가영 기자는 지난주 내내 울산에서 파업 현장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조선산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당장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위기론에 편승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조를 무너뜨리려는 술수라는 거죠. 필요하다면 구조조정을 해야겠지만 해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계속하면서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는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더욱 충격적인 건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을 늘리면서 툭하면 ‘먹튀 폐업’을 해왔다는 겁니다. 물량이 줄어들면 회사를 통째로 없애고 필요하면 다시 만들고 하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쓰고 버려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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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요즘 세월호 특조위 상황이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죠. 이번달부터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사무실 임대료는 물론이고 복사용지와 복사기 카트리지도 구입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조사관들 출장 가는 데 기차표를 끊어줬을까요.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이 지난해 1월부터 1년+6개월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조위가 구성되고 첫 출근한 게 지난해 7월27일부터였죠. 내일이면 딱 1년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6개월은 더 활동기간이 보장돼야 하는데 막무가내입니다. 일단 예산부터 끊어놓고, 선체를 인양하면 조사를 더 하게 해준다는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있습니다. 특조위는 다 해산되고 없는데 그때 가서 누가 무슨 조사를 한다는 말일까요. 조윤호 기자의 기사입니다.

7. 메갈리아 논쟁도 아는 사람만 아는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이선옥 작가의 기고로 미디어오늘 온라인이 댓글 폭탄을 맞았죠. 메갈리아에서 만든 티셔츠를 입은 성우의 계약해지. 이선옥 작가는 이 사건은 부당해고라고 보기 어려우며 페미니즘 대 반페미니즘이나 강자 대 약자의 구도로 볼 게 아니라 애초에 혐오를 혐오로 반박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모든 종류의 혐오에 반대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는 주장합니다. 이 글이 실린 25일 오후 정의당은 관련 논평을 철회했습니다. 애초에 논평도 문제였지만 논란이 되니까 철회한다는 주먹구구식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군요. 반론 기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온라인을 찾아주세요.

8. 총선 이후 종편 보도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있군요. 총선 패배 충격일까요? 아니면 레임덕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반증일까요? 확실히 TV조선은 달라졌습니다. 편향 수위가 낮아졌고 탈북자 출신 패널이 줄어든 반면 야당 성향 패널이 늘어났습니다. 이념적 색채를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집토끼를 버릴 수 있겠느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최일구 전 MBC 앵커를 기용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는데요. 시청률은 큰 재미를 못 본 것 같습니다. ‘막장은 나의 힘’ 같은 느낌인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9. 지상파 UHD가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일단은 케이블이 아니라 직접 수신만 가능한데요. 우리나라 직접수신 가구가 6.8% 밖에 안 됩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TV 제조사들에 안테나를 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2만원 정도 가격이 뛰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나 전혀 관심이 없는 상황이고요. 일단 시작은 하는데 이래저래 쉽지는 않겠군요. 방송 녹화를 막는 암호화 기술도 적용할 거라고 하는데요. 역시 제조사와 협의가 관건입니다. VOD 서비스도 직접 하겠다고 나섰군요. 금준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포커스뉴스는 여러 가지로 힘든 모양이군요. 삼성서울병원 대리 진료 의혹을 단독 보도해놓고 후속 보도를 못하게 해서 기자가 사표를 쓰고 나갔습니다. “기자였는지 영업사원이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 YTN이 노조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YTN 보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32명 중 4명 밖에 안 됐습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에 냉정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적군요. / 다 만들어 놓고 방송을 못했던 KBS 다큐멘터리 훈장, 결국 기자가 사표를 내고 나와서 뉴스타파에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새로운 사건입니다. / 시청 점유율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KBS-MBC-CJE&M-TV조선 순이군요. 지역 민방이 빠졌다고는 하나 CJE&M과 TV조선의 약진이 놀랍습니다. 둘 다 10%에 육박합니다. / 제윤경 의원이 대부업의 TV 광고를 금지하고 연대 보증을 금지하는 등의 대부업 3+1법을 발의했습니다. 종편의 반발이 거셀 텐데 통과될까요.

다음달 25일과 26일,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2016 저널리즘의 미래가 열립니다. 올해 주제는 ‘스토리텔링의 진화’입니다. 지난해 보다 더욱 알찬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곧 가입 신청 페이지가 열릴 텐데요. 얼리버드 특전을 노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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