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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노 Dec 31. 2020

나는 과연 어떤 괴물이 될까? - <스위트홈>을 보고

출처 - 넷플릭스 / <스위트홈> 속 괴물

‘좀비가 아닌 괴물 장르물’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뭐,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간 넷플릭스나 스크린에서 우리에게 친숙하고 인기가 좋았던 장르물은 좀비였으므로. 괴물이 나온 영화를 떠올리자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단박에 생각이 났다. 


크리처물로 유명한 영화를 더 떠올려보면, <판의 미로>나 <캐빈 인 더 우즈>가 생각이 났는데, <판의 미로>는 판타지 영화에 더 가깝고, <캐빈 인 더 우즈>는 스릴러에 가깝지만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는, 싸울 수 없는 존재들로 그려져 <스위트홈>은 말 그대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좀비처럼 사람이 괴물이 되고, 그 괴물과 맞서는 <스위트홈>의 이야기는 여타 다른 서사와의 차별점이 있어 바로 시청했고, 이틀 만에 정주행에 성공했다. 1회를 보자마자 5회까지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일단 빠른 전개가 압권이었다. 시작되자마자 괴물이 등장하고, 각자 다른 성격과 직업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출처 - 넷플릭스 / 주인공 '송강'


그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재난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너무 궁금했다. 가령 주인공 ‘송강’은 히키코모리이자 가족 장례식장에서까지 보험금이 조금밖에 없다며 난리 치던 패륜아인데, 바로 그런 ‘송강’이 어떤 이유로 생전 본 적 없는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면서 아이들을 구하는 것일까. 


출처 - 넷플릭스

이러한 궁금증은 주인공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연까지도 해당된다. 그들의 각자 다른 사정이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시청을 멈출 수 없었다. 중간중간 발암 캐릭터도 있었지만, 그 캐릭터들이 또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어서 온전히 미워하기도 힘들었다. 


사실 <스위트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것이다. 바로 괴물은 자신이 가장 욕망하는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 괴물로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사람일 때 그 사람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었구나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단백질 근유 괴물은 아마 ‘몸짱’이 되고 싶었을 테이고, 달리기 괴물은 1등이 되고 싶었을 테이고, 맨 처음 등장한 환자복을 입은 괴물은 영원히 살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넷플릭스 / 국어교사 정재헌


괴물들을 볼 때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괴물이 될지 궁금하다. 나는 어떤 욕망으로 인해 어떤 괴물로 변할까? 드물게 해를 끼치지 않는 괴물도 나오던데, 그런 괴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주인공 송강처럼 괴물화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나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을까?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한 발 더 양보해서 사람들을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희생한 국어교사 정채헌처럼 치열하게 싸우다가 전사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실은 내가 어떤 괴물로 변할지 대충 예상이 간다. 그래서 좀 씁쓸하기도 하고. 나도 주인공처럼 멋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조연처럼 내가 빨리 죽더라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 좋을 텐데. 


출처 - 넷플릭스 / 스위스트홈 포스터

<스위트홈>은 단순히 스릴러, 크리처라는 장르를 넘어서 자꾸 인간적인 질문들을 해온다. 포스터에 쓰여 있는 ‘죽어버리거나 괴물로 살아남거나’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골든타임도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골든타임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알고 있지만, <스위트홈>에서는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을 가장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소개된다. 


자신의 욕망에게 잡아먹혀, 그리고 그 욕망이 실현된 괴물로 살아남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인간으로서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까. 솔직히 절대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괴물로 변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유추할 수도 있는 것이고. 


도대체 송강은 어떤 마음으로 괴물이 아닌 인간과 괴물, 그 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 마음을 나도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일 터이니. 정말 이 세상이 멸망을 앞두고 있는 것 같은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으니. 


다 보고 나서 <스위트홈>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차오른 국뽕과 새삼스레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근데, 그래서 시즌2는 언제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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