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면 생기는 일

ep 11. 단순히 기분이 좋다

by 이진

 약 두 달간 매일 저녁에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나는 플래너가 하나 있는데, 주로 할 일은 오른쪽 페이지에 적고 왼쪽 페이지에는 모든 일과를 마무리한 후 감사했던 일을 회상하며 기록한다. 번호를 매겨서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했던 일을 쓰는 방법이다. 정말 간단하게 한 줄씩만 쓴다. 쓰는 건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세상 누구든지 매일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크게 느껴지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 잊혀가는 것들이다. 감사일기의 기능은 나에게 생긴 일 중에서 좋았던 일에만 집중을 하게 한다. 삶의 흐름을 오직 좋은 쪽으로만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즉 사사로운 일은 잊히도록 그대로 두고, 감사할 일을 기억해내는 습관을 기르는 활동이다.


 이와 반대되는 일화를 하나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작년 말에 잠깐 옷집에서 파트타임 일을 했었다. 힘들다고 익히 회자되는 아르바이트였지만 나는 재미있게 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안 쓰던 노트를 쓰려고 보니 그 맨 뒷장에 일기가 써져있었다. 보아하니 당시 일을 할 때 힘들었는지 쉬는 시간에 푸념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그 글 속에는 나의 모든 힘든 감정이 쏟아내려 져 종이 위에 그대로 붙어있었고 글을 읽으며 그때의 감정이 온전히 되살아났다. 어쨌든 일이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기 마련이니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을지도 모른다. 쓰는 것 까지는 좋다. 글쓰기가 감정을 정리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글을 읽자마자 과거의 기분 나쁜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한 페이지의 일기를 통해 힘들었던 기억을 괜히 재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반대의 상황에서도 잘(?) 작용한다.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다시 읽고 싶어 지는 때가 온다. 주로 가끔 기분이 괜히 울적해질 때다. 이때가 아마 감사일기가 진가를 발휘하는 때다. 좋았던 기억만 기록해놓았기 때문에 이전부터 느꼈던 감사한 일들에 대해 감응하다 보면 기분이 쉽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매일 꾸준히 써놓았다는 점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기분은 사실 믿을 것이 못된다. 쉽게 흔들리는 마음은 그때그때 제자리로 바로잡지 않으면 감정의 늪에 빠져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일기는 그런 피할 수 없는 불쾌의 경험들을 부드럽게 건너가기 위한 꾸준한 예방접종이다.


 세상에는 정말 감사할 일이 많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그렇다. 첫날 나는 그냥 내가 만든 파스타가 맛있어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썼다. 산책을 하며 숨을 쉴 수 있어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세 개나 네 개만 쓸 때도 있었다. 귀찮아서 휘갈겨 써도 그래도 감사할 일에 대해 쓴 것이니 의미가 있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나는 점점 감사할 일에 대해 구체화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꾸준히 하다 보면 시간에 따라 그것이 다양화되고 깊이가 생긴다. 감사일기는 내게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활동이다. 궁극적으론 매일 하는 게 그 의미고 목표지만 말이다. 혹시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가 있다면 오늘 저녁엔 감사일기를 세 개씩 써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삶은 일주일 만에 더 나아질 것이다. 그 경험자가 여기서 굳게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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