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2. 미용실에 다녀온 후 든 생각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나는 짧은 머리를 유지하면서부터 파마를 종종 한다. 고데기는 손이 너무 많이 가고, 가끔씩 파마를 해두면 머리 손질이 훨씬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전에 했던 머리가 거의 다 풀리고 잘려나가서 미루고 미루다가 다녀왔다. 원래는 파마할 때마다 가는 미용실이 있다. 집에서 거의 1시간 이동거리에, 예약을 꼭 해야 하는 곳이다. 첫 번째 걸림돌이다. 자고로 미용실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동시에 파마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리고, 이동시간까지 생각하니 귀찮아져서 이번에는 그냥 집 주변 미용실에 갔다. 텅 빈 미용실이 나를 반겨주었고 바로 파마를 시작했다. 1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미용실이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것도 잠시, 앉아있는 게 불편했는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머리가 다 되기를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보느라 눈은 침침해졌다. 심지어 마스크까지 끼고 있었으니 나중에는 사서 고생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머리는 약 3시간 만에 완성되었다. 투블럭에서 조금 긴 상고머리 정도인데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 일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와서 미용실의 생태를 아예 잊었는지 몸이 뻐근하고 피곤했다. 미용실에 오기 전까지는 외출한 김에 근처 카페라도 잠깐 들르려고 했지만 나중엔 그냥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하품을 수 번 하고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서 5분 거리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보니 머리는 동동이 스타일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 5분가량 집에 오는 길에도 머리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차를 지나가며 유리에 비치는 모습을 계속 흘겼다. 집에 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또 파마가 조금 서툴게 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이왕 했는데 살려보자 싶어서 머리를 이리저리 만졌다. 물도 묻혀보고 드라이도 했다. 뒷머리가 삐죽거려서 미용가위를 들고 손질도 했다. 그러고 나니 거의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머리 손질을 한다고 거의 네다섯 시간에 가깝게 소비한 시간과 집중도를 보아하니, 왜 마음 수양하는 스님들이 머리를 모두 깎는지 알 것만 같았다. 왜 항상 똑같은 옷을 입는지까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사사로운 일에 따로 마음을 두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정확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곧 머리는 자라고, 파마해놓은 부분은 때가 되면 잘려 나갈 것이다. 손톱이 자연스럽게 길면 자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머리 하나에 그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날이었다. 이미 짧은 머리임에도 손질을 위해 더 짧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삭발인데... 날이 점점 추워지니 그 옵션은 미뤄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