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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07. 2021

비하인드 스토리의 매력

작가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마음

 세상에 존재하는 책 중에서 딱 한 가지의 주제만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다면, 나는 소설도 시집도 철학책도 아닌 글쓰기에 관한 책을 꼽을 것이다. 최근에 나는 이미 몇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그것도 거의 열광적일 만큼 흥미로운 눈으로 읽어냈다. 나탈리 골드버그, 앤 라모트, 임재성 작가, 은유 작가의 책이었다.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얘기들이다. 팁이나 조언도 흔하다. 가령 매일 글을 써라, 자기만의 의식을 만들어라, 인내하고 꾸준히 써라... 마치 자기 계발서가 풀어내는 긍정 레퍼토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진부한 조언들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책은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어딘가, 또는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스토리가 결국 나를 글쓰기 책으로 이끈다. 작가마다 조금씩 다 다른 방식으로 꽃 피우는 글의 구성은 나를 정말 즐겁게 한다. 그들은 모두 '작가'라는 면에서 같지만, 모두 다 다른 삶을 사는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은 마치 짧게 압축한 인생과 같다. 한 편의 논픽션 드라마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넷플릭스에서 '베를린에서'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사실 그냥 틀어놨다고 하는 게 더 적합하겠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 심심한 탓에 그저 라디오처럼 켜놓은 것이었다. 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대충 줄거리만 알아낸 것이 전부다. 이후 드라마의 모든 회차가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 편으로 쿠키영상과 같은 짧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왔다. 드라마를 함께 제작한 감독들, 스태프들, 배우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후줄근한 티를 입고 부산히 움직이는 그들을 보았을 때, 곧바로 하던 작업을 제쳐두었다.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것보다 집중한 것은 드라마의 위기나 결말, 클라이맥스도 아닌,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등장인물의 정확한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배우들의 입에서 대사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언제나 흥미를 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 보면 꼭 그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싶어 진다. 그들의 현실감 있는 모습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글쓰기 책은 곧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같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작가가 되었는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서술을 들여다본다. 한 인간의 삶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들은 모든 경험과 기억과 현재를 몰아붙여서 글을 쓴다. 결국 그들이 생을 바쳐 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소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가 새 책을 발매했다. 제목부터 '글쓰기에 대하여'이다. 나는 그의 유명한 작품들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가 풀어내는 글쓰기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멋들어진 작품 한 편보다 작가 스스로에 대한 서술이 내겐 더 큰 흥미를 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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