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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02. 2021

글쓰기, 일상

글쓰기를 지속하는 마음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이 어땠을까? 그만큼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손꼽히게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평소 말을 잘하지 않는 나에게 이만큼 좋은 순환구도 없다. 실수하기 쉬운 말보다, 필연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글이 나에게는 더 편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을 돌아보면 글쓰기는 꼭 무언가 나의 삶을 바꾸고 싶을 때 시작했다. 첫 마음가짐이 최고였든 최악이었든 간에 말이다. 대체로 글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는데, 최악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시작하다 보면 더 이상의 하락은 없다. 은유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삶이 더 나빠지지 않는 나에게 마치 아침햇살 같은 것이 글쓰기다.




 요즘은 매일 '글쓰기의 가능성'을 제목으로 매거진 글을 쓰고 있다. 책 출판을 염두로 두는 글이다. 단지 출판은 저 끝자락에 있는 목표 중 하나일 뿐이고, 매일의 목표는 글쓰기를 주제로 한 편씩 쓰는 것이다. 종종 이게 책이 안 되면 어쩌나 싶은데, 글을 쓰는 사이에 이미 내가 할 몫을 다 했으니 충분한 마음도 든다.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마음껏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최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었다. 미국에서 백 만부 이상이 팔린 글쓰기 책이다. 글 쓰는 삶,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동시에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솔직한 문체가 좋았다. 표현 사이사이 나타나는 작가의 성격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백 만부를 판 작가라고 할 것 같으면 멋진 저택에서 일필휘지의 글을 써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글 쓰는 인생도 그저 인생이었다. 


 진지함은 결국 일을 망쳐놓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진지하게 쓸 것 같으면 확실히 유쾌함이 줄어든다. 마치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처럼... 그보다는 나탈리 같은 가벼운 글을 쓰고 싶다. 글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든지 가슴속에 3천 원가량의 농담을 가지고 다녀야겠다. 모든 것은 기분 좋은 농담에서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 그게 바로 삶을 사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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