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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20. 2021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시대를 주도하는 여성 미디어 팀들을 보며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채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소그노(SOGNO)는 내가 특히 즐겨보는 채널이다. 여성 미디어 그룹으로 이탈리아 어로 '소뇨'라고 발음하고, '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왁자지껄하고, 때로는 진지한 여자들이 모여서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는 팀이다. 


 며칠 전 새롭게 올라온 영상에서 소그노 대표인 허휘수 씨가 책을 썼다는 소식이 있었다. 책 제목으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그의 삶과 가치에 대한 에세이다. 그는 직업도 여러 가지다. 댄서, 유튜버, 패션 브랜드 사장, 술집 사장 등, 말 그대로 '일반적인' 삶에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간다. 책 출판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비치는 그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소그노 팀이 새로운 길을 개척 해나는 모습은 나를 포함한 많은 구독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 소그노 허휘수 씨의 책 소개 영상



 누군가가 한 길을 개척해냈을 때 비로소 다음 사람들, 어린 세대들도 그 길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가령 내가 어릴 적 유행하던 2세대 아이돌 문화는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여러 여자 아이돌 그룹이 활동하던 때인데, 그때 참 다이어트를 한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스키니진과 숏팬츠의 유행 때문이었다. 눈이 커 보이는 화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작고 쌍꺼풀이 없는 눈을 크게 보이도록 해준다는 스모키 화장이나, '펜싸 아라'(사인펜으로 아이라인 화장을 하는 것)도 유행했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쌍꺼풀 수술도 흔했다. 미디어가 내보내는 획일화된 이미지의 영향이었다. 청소년의 경우 미디어에서 나오는 여성들을 닮게 하거나 동경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바로 사회적인 '여자'의 선례이기 때문이다.


 이후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유튜브가 성장하고 개인 방송이 발달했다. 그 결과 일반인들도 연예인과 같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공중파 TV에는 나오지 않지만 각자의 채널에 자신의 모습을 올리면서 구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나름의 팬 문화도 생겨났다. 그리고 그들은 구독자의 입장에서는 연예인과 다름없는 위치에 서있다. 말하자면 조금 더 친근한 연예인, 또는 '연반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구독자가 10만 정도만 돼도 길가다가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사회가 변해가면서 우리는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소그노 팀은 하나의 선례로 많은 1020 여성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머리가 짧은 여자들, 화장한 얼굴을 표준으로 여기지 않는 여자들이 나와서 예능을 만들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 


 100만을 훌쩍 넘긴 문명 특급 팀의 PD 재재도 그러하다. 그가 영상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젠틀하고, 웃기고, 호응이 좋고, 어떤 게스트와도 케미가 잘 맞는 한 명의 진행자다. 자신의 역할에 제대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멋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선례를 만들면서 "여자 진행자임에도" 저렇게 편안하게 입고, 저렇게 자연스럽고 자신답게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모든 것들은 스키니진을 입고 예쁜 표정을 지어 보이던 2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이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는 시대의 과도기 속에 있다. 물결은 생겨나는 순간 더욱 거세진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더 다채로운 여성상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미디어에 비치기를 몹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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