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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22. 2021

사소한 기쁨의 순간들

단 1초의 황홀함이라도 기억할 것

 생각 없이 틀었는데 너무 괜찮은 음악이라던지, 아무거나 골랐는데 엄청 재미있는 드라마라던지, 오래전에 산 책을 펼쳤을 때 내게 딱 필요한 이야기들이 있다던지... 무언가가 알맞게 내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글을 쓸 때도 그렇다. 굳이 생각하고 쓴 글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고, 왠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들 때. 일상 속 가장 소중한 경험이다.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특정한 순간이 빛나는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해두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들과 똑같이 기억 속에서 흩어져버릴 테니 말이다.


 요즘에는 날이 꽤나 따뜻해졌다. 종종 비가 오거나 바람이 차갑기도 하지만 낮은 온도에 몸을 웅크릴 정도로 추운 날은 지나갔다. 며칠 전에는 조금 가벼운 옷차림으로 저녁 운동을 나갔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린 지 30분 정도 되었을 때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언덕에 다다랐다. 땀을 식히려고 불어오는 바람을 안아보듯이 팔을 위로 활짝 뻗었다. 그 순간 약 1초 동안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방금 1초가 정말 잊지 못할 1초라는 것을 깨닫고서 오래오래 순간의 황홀함을 기억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이다. 단 1초의 경험에 대해 감사일기에도 기록해두었다. 


 소중한 순간들은 어느 때나 존재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에 매몰되다 보면 우리는 순간의 작은 기쁨을 관찰하지 못하고 넘어가곤 한다. 그때가 가장 불만이 생기기 쉬운 시기다. 일상의 불만, 자신에 대한 불만, 주변 상황에 대한 불만들은 현재를 무너뜨린다. 미래에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까지도 적대시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본다면, 그 속에서 어떤 기쁨과 소중함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일상은 다시 여유를 되찾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상황을 소중히 여길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인간이 종종 불행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는 데에 있다고 한다. 그러니 1초의 순간이라도 좋으니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감사함을 기억하고 기억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불행보다는 행복하기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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