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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23. 2021

새벽빛 관찰기

아침에 보는 창문 빛

 아침에는 창문으로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빛만 보아도 몇 시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예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5시, 미세하게 흰 빛이 들어오면 5시 반, 점점 햇빛이 일어나는 듯하면 6시 반, 순식간에 환해져 버렸다면 7시가 되었다는 말이다. 아침 6시를 기준으로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를 반복한 덕에 알게 된 새벽빛의 생태다. 생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찍 깼을 때 아직 어둡다면 조금 더 늦장을 부려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밖이 너무 밝다면 시계를 보기 전에도 백이면 백 늦잠을 잤다는 뜻이다. 창문에 들어오는 빛의 세기로 짐작하는 시간은 높은 확률로 들어맞는다.


 문득 눈을 떴을 때 세상이 어둡고 아직 공기가 가라앉아있다면 5시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때는 부엌 쪽 작은 창문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아파트에도 거의 불빛이 없다. 이후 6시가 되면 저 먼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진다. 다른 사람들도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다. 6시 반, 집안에서 조금 더 분주한 공기가 감돈다. 가족 중 누군가는 잠에서 깨서 아침을 맞이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함께 나를 깨운다. 또는 미리 출근해서 글을 쓰고 있다.


 가족들이 아직 잠에 든 시간에 하루를 맞이하는 게 편하다. 아침에 조금만 시간이 겹쳐버리면 화장실 문 앞이 전쟁터기 때문이다. 바쁘고 예민한 아침에는 부딪힐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조금 이르게 아침을 맞이하면 아무 소음 없이 고요한 데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글을 쓰러 방으로 들어갈 때 캄캄했던 창문 빛은 글을 쓰고 나왔을 때 환하게 밝아져 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의 해돋이와 함께하는 일은 멋진 일이다. 


 작년부터 몇 개월간 의식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려고 습관을 들이다 보니, 이제는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잠에서 깬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늦잠만큼이나 달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힘든 것을 참고 아침을 맞이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세수만 해도 왜 그렇게 침대에서 허우적거렸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상쾌한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또다시 늦장을 부리고 싶은 새벽이 온다. 이렇게 매일이 반복된다. 마치 운동을 하기 전에는 꼼짝도 하기 싫다가, 정작 나가면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과 같다. 매번 이렇게 바뀌는 마음가짐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창문 빛의 색까지 꿰뚫어 보는 요즘, 내 변덕까지도 그 흐름을 꿰뚫어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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