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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pr 15. 2021

특별했던 여행의 기억

기억의 왜곡이 더 생기기 전에

 나는 여행에 그다지 열정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면 돼'라는 유려하고 이상적인 어구를 가슴속에 품고 산다. 어차피 여행지도 다들 사람 사는 곳이고, 해봤자 관광객 입장으로는 돈 쓰는 일이 다라는 다소 퉁명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삐뚤어진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내든 해외든 여행이 옛날처럼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먹지 못할 포도는 신포도라 생각하고 쳐다도 보지 않겠다는 심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퉁명스러운 마음 아래에도, 이전 여행지에서 겪었던 새롭고 신선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 재미있는 기억들을 조금 기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행을 자주 갔던 것은 아니다. 모든 사건들이 다 기억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드문드문 생각나는 '이것'이 결국 나를 글쓰기로 이끈다. 여기서 '이것'은 감정이 될 수도, 상황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기록해보고 싶은 나의 여행지는 이러하다.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친구와 단 둘이 갔던 내일로 기차여행 ─ 특히 순천과 광주. 낙태죄 폐지 시위를 가기 위해 떠난 서울여행, 즉흥적으로 떠났던 2주간의 영국과 프랑스 배낭여행, 캐나다 밴쿠버와 빅토리아에서의 1박 2일까지. 특히 해외는 각 나라마다의 분위기를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다음편부터는 기억나는대로 써보고자 한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게 된 지금이 돼서야 이러한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너무 오래 지나기 전에, 그래서 더 좋았다고 왜곡하기 전에, 그저 하나의 좋은 추억이었다고 명시해두고 싶은 바람이다.


 나는 왠지 남들이 쓴 여행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그 장소나 공간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도 어려운 지명을 써가며 어디를 갔고 어디는 좋았다는 이야기는 없을 예정이다. 단지 목표는 단지 묘사하는 글쓰기. 작가이자 독자인 내가 보아도 장면이 생생히 기억날만한 글이다. 그렇기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왜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ps. 소설 탄제린이 쏘아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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