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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pr 17. 2021

최선의 시민의식

캐나다 밴쿠버

 내가 여행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는, 단지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각 나라마다 말로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오래된 추억을 파고들게 만든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자국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 건축물의 느낌이나, 도시 분위기 같은 것을 함께 떠올려보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순 대로 나의 협소한 여행 기억을 파고 또 파보는 글이다. 어떤 나라가 가장 '살기'에 좋은지, 또는 '여행하기'에 좋은 지도 한 번 알아보려 한다.



! 다양성의 캐나다


 캐나다는 포용적이면서 개인적이다. 이 두 가지 양론이 잘 맞지 않아 보인다마는 그럼에도 이게 성립이 된다. 길거리나, 공공장소 등에서 느끼는 도시의 분위기는 확실하게 개인이 돋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하다는 느낌이랄까. 길거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짓는다. "Hi" 정도까지도 편하게 건네며 지나칠 수 있다. 처음에는 그게 굉장히 이상했다. 그러나 한두 번 눈인사를 하다 보면 그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된다. 저 멀리 걸어오는 누군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바닥을 바라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된다. 너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다는 그 증명은 내게 인간적인 감동을 주었다.


 시민의식으로도 항상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례로, 가끔 버스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탈 때가 있었다. 장애인 또는 걸음이 느린 어르신들이 탑승하는 경우였다. 그러면 버스 기사는 꼭 탑승객이 타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고, 승객이 안전하게 자리에 앉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버스를 운행한다. 그리고 이것이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배려다.



 종종 유모차를 들고 타는 사람도 있었는데, 유모차와 탑승객이 적당한 자리에 안착하기 전에 버스 절대 출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승객들의 시민의식이 느껴졌다. 버스는 유모차 브레이크를 고정시킨 후에, 유모차 동행자의 신호를 받아내고 난 후에야 출발한다. 버스 승객은 내릴 때도 꼭 버스기사에게 인사 "Thank you"를 건네고 내린다. 이토록 인간적인 배려가 묻어나는 곳이다.


 이러한 여유가 허용되는 이유는 물론 인구밀도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국과 비교해보자면, 캐나다의 땅 크기는 한국보다 100배 넓지만, 오히려 인구 밀집도는 반대로 한국이 100배 높다. 그러니 널찍한 캐나다에서만이 이러한 여유가 허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리적 면적이 작은 한국의 경우 개인 공간을 확보하거나 주장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개인이 서로를 침범하거나 침해하게 되는 일이 잦다.


 그러나 인구 밀도로만 캐나다의 시민의식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버스기사의 성비나 나이, 장애 여부 등의 '다양성' 측면이다. 버스에서 만난 기사들 중에는 머리가 하얗게 샌 할머니도 있었고,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도 있었다. 또는 손에 물리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어려운 새로운 경험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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