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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pr 21. 2021

겉바속촉한 여행의 서막

영국 런던

 작년 겨울,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직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내가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항상 계기가 중요한 인간(?)


1. 일하던 알바 자리에서 직원 감축으로 예기치 않게 짤리는 일

2. 마침 겨울방학에다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던 명절

3. 그간 함께 언어 공부를 하던 프랑스 친구를 만날 기회

4. 그때쯤 발매된 가수 백예린의 앨범에 대해 아주 감명을 받았던 것. 백예린의 앨범 마지막 곡인 'London'은 내게 런던의 낭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5. 물론 궁극적으로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유럽 배낭여행에 대한 꿈이었다. 그럴만한 기회와 명목이 갑작스레 내게 불쑥 찾아왔다. 두 달치 벌어온 두둑한 월급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여행 계획은 없었다. 워낙 즉흥성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기에 무계획에도 신이 났다. 발이 향하는 대로 어디든 닿는 일이 바로 여행이니까. 유럽을 정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주 후에 출발하는 티켓을 샀다. 런던 in에 파리 out인 티켓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대신할 일 리스트는 만들었다. 가령 영국에서는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겠다던지, 프랑스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을 갈 거라던지. 이외에는 모두 흐름에 맡겨 움직였다.


특이하게 생긴 전봇대 /런던



 영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황당한 일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를 챙기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당연하게 유럽에 있는 국가는 모두 같은 화폐-유로-를 쓰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당연히 영국도 유로를 쓰는 줄 알았는데, 영국만 따로 파운드를 쓴다고 했다. 숙소 가는 길에 들른 카페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유로를 꺼냈더니 직원이 그렇게 설명하였다. 아직도 그 어이없는 상황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파운드가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샌드위치는 카드로 계산을 했고, 그때부터 어디서 이 유로를 환전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댔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행의 서막이었다. 여행으로 들뜨는 마음과 황당한 상실감이 한 데 섞여 허탈한 웃음이 났다. 그 사이 직원이 데워서 건네준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빵의 겉면은 따뜻하고 바삭했다. 겉바속촉, 이번 여행의 묘미와 꽤나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영국 음식이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페 음식 맛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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