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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y 05. 2021

여행의 의미

충분히 돈을 쓰는 일?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행을 가기 전 설렘?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품어보는 추억? 또는 충분히 돈을 쓰는 일? 현실적으로 세 가지 모두 맞다. 그러나 여기서 단 한 가지 물리적인 제약은 바로 '돈'이다. 여행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사이 우리는 완전히 모든 시작과 끝이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돈에 관한 문제는 가려져있음에도 항상 드러난다. 그에 대한 이해는 온전히 여행을 가서야, 직접 겪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는 '디폴트립' 시리즈가 있다. 뜻은 '인생 사진 없는 여행'. 멋진 관광명소 속 예쁜 인증샷에 혈안 되기보다는 직접 보고 듣고 즐기는 여행을 권장하는 시리즈다. 그리고 나는 디폴트립 시리즈에 상당 부분 본받아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2020년 초)



*하말넘많의 유럽 여행기, 디폴트립 티저

https://youtu.be/_giRIrt3Cx4



 여행을 떠나기 전, 디폴트립 시리즈를 볼 때까지는 몰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돈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여행의 현실은 상당 부분 '돈'에 치중되어있다. 돈이 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예산에 한해 결정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예산에 한해 호텔을 예약할 수 있고, 예산에 한해 음식을 고를 수 있다. 툭 까놓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자본주의 세계가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자본주의가 모두 해석하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들도 있다. 호의를 베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틈틈이 지나치는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현지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들. 이것들이 결국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을 감동시키고 여행을 추억하게 한다.


 여행에는 이런저런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말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돈을 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즐거움이다. 생각해보면 여행지에서 쓸 만큼의 돈을 한국에서 똑같이 쓴다면 그만큼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디든 해외로 나가는 여행은 아무래도 사서 고생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에서 수영장 딸린 호텔에서 지내며 마사지도 받을 수 있는 돈을, 집시처럼 떠돌아다니는 여행에 쓰는 것은 그만한 의미가 있다.


 가끔은 쓸데없는 데에 돈 쓰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이었다면 며칠은 고민했을 물건임에도 여행지라면 이것저것 사본다. 흔한 키링이나, 괜히 사보는 노트, 이곳만 떠나면 절대 입지 않을 것 같은 옷 같은 것들... 아! 알고 보니 예산의 문제는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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