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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y 10. 2021

새롭게 여는 5월

오늘의 아침 풍경

평소보다 흐린 날씨에 눈을 뜬다. 7시 언저리인데도 이렇게 해가 들지 않는다는 것은 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뿌연 하늘이다. 꿉꿉하고 차가운 공기를 맡아본다.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온다던데 정말 그런가 보다.


 이렇게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서 활짝 연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에 눈인사를 하고 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이불을 반 접어서 침대 위에 편다. 나만의 이불 정리법이다. 세로로 반을 접어 침대에 쭉 펴두는 모양이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침대에 들어와서도 기분이 좋다. 나는 원래는 이불 정리에 관심이 없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불만은 접히고 구겨진 대로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두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인해 이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방 분위기가 정돈되는 게 보기 좋다. 이 짧은 활동 하나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세수를 하면 잠이 좀 깬다. 물 묻은 얼굴을 대충 닦는다. 방에 들어와서 입술과 손톱에 바셀린을 발라준다. 요즘엔 기초화장품을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우츠기 류이치의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블로거와 유튜버로 활동하는 베지미나(미나스) 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다. 비건을 지향하고부터는 환경에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방식을 찾게 된다. 그러면 나도 건강해지고, 내가 사는 환경도 건강해진다. 주변 사람들도 조금씩 영감을 받는다. 내가 미나 님의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서 영향을 받듯이,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나에게서 영향을 받는다. 그런 모습에서 나도 다시 감명을 받고, 선순환이 된다.


  더 좋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 0으로 돌아와서 필요 없는 것을 빼는 방식이다. 그러면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는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는 필요하고 중요한 일들에 집중된다. 비건을 지향하는 것도 그렇다. 2018년부터 비건을 하고나서부터 잃은 것들도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잃은 것'들이 없어도 나는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또다시 상기시킨다. 나의 짧은 아침 루틴이나 비건 라이프스타일도 모두 덜어내는 방식이기를 바란다.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빼내는 방식이기를 바란다. 명상을 하고, 모닝 페이지를 쓰고, 이곳에 글을 쓰는 것까지도 모두 더하는 노력이 아닌, 빼기 위한 노력이 되도록 해야지. 


 언제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무위(無爲)로서 하는 것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이 모두 전체의 부분적인 파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불을 개고, 화학제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글을 쓴다. 이런 행동들이 결국 습관을 형성하고 나를 긍정적인 파동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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