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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y 11. 2021

인생은 짧다 vs 길다

뭣이 중헌디? 하지만 궁금하다

인생은 짧은가 긴가. 며칠 전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이다. 말하자면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런 대충 지은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각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인생(人生)의 기본 의미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다. 첫 번째로 '짧다'는 말은 '(사물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사이가 가깝다'라는 의미다. 즉 '짧다'는 말을 할 때는 이미 시작과 끝을 알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길다'는 단어는 어떨까. '(물체가) 이어져있는 두 끝 사이가 비교적 멀다'. 여기서 짧다와 길다라는 두 단어는 '비교적'의 있고 없음의 차이다. 그러면 그 비교 대상의 기본은 '짧음'이겠다. 짧은 것이 기본이고, 길다는 말은 짧은 것보다는 멀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인생은 짧은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나의 추론은 'YES'다. 왜냐하면 짧다는 기준은 시작과 끝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시작과 끝이 탄생과 죽음인 것을 안다. 반면 '인생은 긴가'에 대한 답은? 나의 추론으로는 'YES or NO'다. '길다'의 사전적 의미에는 이런 것도 있다. '(글이나 말의) 분량이나 내용이 많다'. 'YES'로 대답할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겪은 일들이 많고 할 이야기도 많다. 'NO'라고 대답할 사람들은 반대로 그 모든 것들을 최소화해서 여겨 말할 것이다. 아니면 오히려 인생에는 짧고 길다는 개념 자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으니 답은 더 모호해졌다. 그러다 사전을 둘러보니 이런 예시가 있다.


     사랑은 짧지만 그리움은 길고, 이별은 짧지만 그 추억은 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눈 앞에 그려지는 -또는 느껴지는- 한 문장으로 짧고 길다는 말의 이해를 돕는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기본적으로 짧다. 행복이나 슬픔도 천리길 가지 않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마음은 길게 남는다. 나의 2n 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지나온 10대는 찰나였다. 동시에 내가 지금 단단히 발을 놓고 있는 이곳 20대는 앞으로 곧 기억하고 추억하게 될 시간들이다. 


 '인생이 짧든 길든 뭣이 중헌디?'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그 의문점의 장막을 걷어보면 내가 삶을 어떻게 대하고 싶은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인생이 짧다면 찰나를 소중이 여겨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삶을 살 테다. 인생이 길다면 멀리 보고 미시적인 것에 갇히지 않는 삶을 추구할 것이다. 사실은 이 두 가지 모두 내가 추구하고 싶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짧은 찰나를 바라보며 긴 세월을 그리면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는 길고, 정작 지나고 보면 짧으니까. 영화 시크릿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단지 30m 전방만 보고 달리더라도 미국에서 멕시코까지 닿을 수 있다'. 전조등이 비추는 단 30m를 보며 달리는 것이 바로 삶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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