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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Nov 06. 2022

완벽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

연결됨으로 충분하니까

요즘에는 유난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니 모든 게 다채롭고 흥미롭게 연결된다. 새벽빛 여명이 드는 일상의 변화가 정말로 반갑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경험하는 시너지는 아주 흥미롭고 오묘하다.


 존재로 세상에 닿으니 가슴에 머물러 있던 에너지는 쉽게 이완되었다. 더 이상 생각에 머무는 일이 없다. 머리로 사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산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더 나다운 모습이 드러난다. 때때로 실수하고, 완벽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나다움이다.

 '나답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보물섬과 같다. 걷는 길목마다 새로운 광경이 보인다. 신선한 풍경이 꽤나 아름답지만 새로움이란 항상 반갑지만은 않은 법이다. 보물을 찾아내는 만큼의 비율로 딱딱한 돌부리가 발에 차이기 때문이다.

 꽃에 날아든 벌은 꿀과 독을 함께 얻는다고 했던가. 즐거운 여행길의 성가신 돌부리는 마치 벌이 무심코 빨아들이는 독과 같았다.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었다.


 나에게 마음의 짐은 완벽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었다. 이상이라는 완벽을 좇았다. 하지만 두 발 딛고 서있는 현실은 머릿속에서 아름답게 그려낸 이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인식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만 무언가 달라질 수 있을 터였다.

 시행착오의 시간들이 지난했다. 완벽이라는 환상 속에서 살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언제나 현실은 불완전했으며 불만스러웠다. 잡초가 무성하고 흙먼지로 가득했다.

 있는 대로 굴러가는 삶을 회피하고 그저 이상이라는 온실 속에 머무르고 싶었다. 완벽한 무균실에서 나의 이상만은 지켜내고 싶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태도로는 어떤 것도 나아질 수 없었다.

 삶에 완전히 정박하면서부터는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했다. 인생은 꿈의 세계로만 설명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삶은 오히려 지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상상 안에서도 희망은 피어날 수 있었다.


삶은 오히려 지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상상 안에서도 희망은 피어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통찰이 하나 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만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면이 상대가 가진 면모와 대비되면서 서로를 거울처럼 비춰준다. 이 사람은 이런 부분이 있고, 저런 부분이 있다는 걸 바라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결국 타인과 함께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명백한 나로의 드러남, 그것이 아마도 내가 세상을 회피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사람들과 부딪히고 깨지면서 직면하는 나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실수가 가득하고,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삶과 같았다.

 오랫동안 히키코모리처럼 세상을 멀리했던 것은 그러한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파란 약'을 선택하는 것과 같았다. 스스로에게 증명될지도 모를 초라함이 두려워서 나의 분수를 깨달을 여지를 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고 있다. 이제는 두려울수록 관심을 가져보고, 가슴 뛰는 감각에 마음을 연다. 멋진 생일선물을 받는 것과 너무나 두려운 상황 앞에 서게 되는 것은 몸의 언어로는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른다. 심장이 두근대거나 덜컹이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다 보면 처음에는 정말 모든 게 두렵다. 그러다 나중에는 결국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옥의 모험은 버텨낸 자에게는 결국 해피엔딩이다.

 순간순간 춤추며 움직이는 직감을 따라가 본다. 자신의 옆자리를 기꺼이 내어준 이들과 함께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믿어보려 한다.



2022년 12월 출간 예정 ─ 이진 『뜻밖의 글쓰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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