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 Oct 30. 2022

새옹지마

삶을 믿어보자


새옹지마 塞翁之馬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




요즘 내가 만트라처럼 외는 단어, 새옹지마(塞翁之馬). 한자를 직역하면 '변방 노인의 말'이라는 뜻이다. 이야기의 유래는 이러하다.




 중국 북쪽 변방의 한 노인이 있었다. 그에게는 말이 한 마리 있었는데, 말이 오랑캐의 땅으로 도망가버렸다. 사람들은 슬퍼하는 노인을 보고 위로했다. 노인은 괜찮다며 이 일이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노인의 말이 멋진 말을 데리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기뻐하고 축하했다. 노인은 이 일이 나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말했다.

 새로 온 말을 길들이고자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탔다. 아들은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이웃들은 노인의 아들을 찾아와 위로했다. 그리고 노인은 또다시 대답했다. "이 일이 좋은 일이 될지 누가 압니까."

 얼마 후 전쟁이 났다. 다른 집의 모든 아들들은 전쟁터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져 전쟁터에 나갈 수 없었다. 전쟁터에 나간 이들은 모두 죽었지만, 다리가 부러져 집에 머물렀던 노인의 아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경험이 하나 둘 쌓이고, 성숙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드러난다.


 약 2년 전, 삶이 주는 시련들이 미워지던 때가 있었다. 세상을 믿을 수 없었고 나를 믿을 수 없었다. 모든 게 부서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물로 짙어져 버린 새벽에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삶은 계속되었다. 지독하게도 암울했던 시기를 살아내야만 했다.

 매일이 새로운 하루였기 때문에 증오했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일상은 서서히 회복되었다. 저녁 산책, 아침 글쓰기와 같이 나를 돌보는 활동들로 하루를 채워나갔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최악이었던 삶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글쓰기'라는 길이 열렸다. 척박한 토지를 밟아가며 이야기를 만들었고, 이는 곧 비옥한 토지가 되었다.

   새옹지마, 딱 어울리는 단어다.


 나는 지금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힘겨웠던 날들에 부단히 써 내려갔던 이야기는 좋은 비료가 되었다.

   매거진 <아침 글쓰기 100일 챌린지>와 브런치 북 『글쓰기의 가능성』에서 썼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했다. 제목은 『뜻밖의 글쓰기 여정』이다.


2022년 12월 출간 예정 ─ 이진 『뜻밖의 글쓰기 여정』




 어떤 안 좋은 일이 벌어져도, 그것은 모두 삶의 여정에 따라오는 비료가 될 수 있다.

 가끔은 '그때 이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일들도 있다. 나는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계획은 무산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출간준비라는 즐거운 활동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삶이 주는 고난과 시련도 지나고 보면 모두 그래야만 했던 것들이었다.


 이제는 삶을 믿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회색 구름이 드리우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애석하게 비가 내려도 언젠가 푸른 하늘은 드러난다. 푸른 하늘이 바로 당신이 머무는 곳이다. 따스한 햇빛 아래가 바로 당신이 머물 곳이다.

   우리는 지구에 놀러 온 즐거운 여행자다. 매일 아침 이원성의 게임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다.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삶이라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빠른 년생, 그 누구보다 느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