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의 고해성사

ep 20. 습관의 굴레에서 반성하다

by 이진

 올해는 내게 부끄러움의 해다. 나 자신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여기서 '나 자신'이란 '나 스스로 생각하고 살던 나'다. 에고(ego)라고도 볼 수 있다. 에고란 나라고 추정하는 생각의 집합체이다.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라는 판단들, 남과 비교하여 구분하는 마음 등. 그런 것들이 나를 좀먹었다. 처음에는 나의 에고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드러날 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았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동시에 내가 삶의 방향성이라고 말하던 것에 큰 약점이 드러났고 선택의 책임과 함께 세상 위에 붕 떠있었다. 남들 얘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내 멋대로 하던 행동들의 폐해였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가는 길에 코웃음 치며 살아온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나도 무수한 세상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이게 문제였다. 어릴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종은 아닌데 무리에 가면 튀었다. 언젠가부턴 괜히 튀어 보이는 게 싫어서 혼자 지내는 걸 좋아했다. 그동안 받아온 인간관계에의 상처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나는 인간관계를 아주 어렵고 힘들어했다. 나에게 혼자 있는 것은 곧 있을지도 모르는 상처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에고의 힘은 자기 보호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정말 손절이 빠른 사람이다. 아니면 아니고, 바로 뒤돌아서는 걸 잘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저 눈감고 넘겨야 하는 순간들도 오기 마련이다. 그걸 못 참았다. 두 눈 뜨고 의견을 주장하고 따졌다. 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남들의 눈에는 그들의 의견도 중요했다. 그걸 모르고 그저 '내' 마음이나 기분에 휘둘리며 살았던 날들이다. 결국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지만 동시에 조금도 남들과의 어울림이랄 게 없고, 혼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며 살게 됐다. 남들은 혼자서 쌩쌩 잘 다니는 모습을 부러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남들'의 존재도 하나의 큰 존재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남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것조차도 무지했다.


 챙김을 받아오는 입장이어서 남을 챙기는 법을 몰랐던 게 사실이다.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가 두 명 있다. 언니들과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이었다. 언젠가부터 그 챙김이 불편해질 때, 그들을 완전히 거부할 때도 있었다. 챙겨줌의 범위가 넓어지고 과잉보호를 받을 때, 참지 못하고 악을 쓰며 내 마음과 내 의견을 주장했다. 남들이 나를 맞춰주는 게 싫었지만 맞춰주지 않으면 나는 결코 함께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다. 결국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돌아갔을 때 그것이 얼마나 얕은 관점이었는지 쉽게 드러났다.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었고, 그때 나는 혼자였다. 혼자라는 말은 즉 내가 그동안 원해왔던 상태였다. 혼자 있기에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태. 그것이 곧 외로움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드러난 나의 치부는, 모든 일 속에서 나에게는 나 자신 뿐이었다는 것이다.


 혼자 좋은 거 다 하면서 남들과 어우러지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 그룹 생활을 하면 규칙이 있다. 그런 걸 지키고 따르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특히 타깃이 되거나 상처 받기가 더 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룹의 관점과 개인의 관점에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친구도 항상 둘이서만 만나는 걸 선호한다. 셋이 넘는 친구가 잘 없기도 하다. 그룹에서는 항상 참아주는 사람이 있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걸 내가 못 참아한다. 남이든 나든 싫으면 안 해야 한다. 그게 두 명일 때 조정하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고민을 갖고 사는지 보면 이런 걱정도 흔하다. 모두가 남들과 잘 지내고자 하는 게 목표일 테다. 그들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나름의 설렘과 두려움, 불안도 있을 것이다. 항상 자신의 욕망과 그룹의 욕망 사이를 오가며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할 테다. 어쨌든 이러한 반성의 끝에서 현재의 목표는 그냥 잘 흘러가는 사람이다. 거슬러가기 위해 애쓰지 않고, 대신 이미 존재하는 빠른 회전에 몸을 맡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을 조금 더 열어보자. 어려운 모든 것들은 사실 마음가짐 하나로 쉬운 일이 되기도 하니까. 어떤 것이든 쉽게 쉽게, 고민은 덜고 배려의 말을 더하자.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보자. 어떤 이유에서든지 마음을 닫는 것도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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