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 도망치기보다는 가능성을 재고해보기
많은 부분 사람들이 고뇌를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도피에 의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일이 없으면 무엇을 할지 모르겠으니 두렵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즉 행동의 목적에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 몰입하지 못하면 쉽게 흔들린다. 목적이 없으면 쉽게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회사의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핵심에 벗어나 있다. 일이란 그 시간 동안 자신을 회사에 빌려주는 것이다. 납득 가능한 정도로 나를 빌려주는 것이다. 학생의 경우도 똑같다. 전공수업은 학생들의 한계를 시험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흥미가 있는 전공이라면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도 나를 빌려주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첫 번째는 흥미가 있는 것이 필요하고, 그다음이 목적성을 세우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학교를 다니는 데에 목표랄 게 없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불안했다. 그 불안감의 뿌리는 직면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는 데에 있었다. 회피라는 핵심을 꿰뚫지 못한 채 '선택'했던 방향성에서는 얕은 생각의 메커니즘이 쉽게 드러났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선택을 위한 선택이 아닌, 회피를 위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후유증은 상당했다. 텅 빈 침묵 속에서 반성한 점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학교를 다시 돌아가서 회피의 굴레의 씨앗이 되었던 졸업작품전을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1년 동안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꾸준히 도서관을 이용한다던가, 교내 아르바이트를 해본다던가, 영어 스터디를 한다던가, 대외활동이나 인턴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이후에 걷게 될 길을 더듬어서 걸어가 보고 싶다. 동시에 내가 한국인인 이상 대학 4년제 졸업장은 어찌 됐든 내 삶을 꾸준히 따라다닐 거라는 것을 인정했다.
나의 전공은 전적으로 흥미에 입각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해보면서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마 모든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겪는 하나의 고비가 아닐까 싶다. 한 길만 보면 잘 모른다. 그 일 말고는 세상에 별로 할 게 없다는 걸... 그래서 나는 회의감은 조금 저버리고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1년을 후회 없이 보내고 난 후, 마음에 드는 전공을 배웠다는 의미의 졸업을 하고 싶다. 저번 글에서는 반성을 해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어느 정도 방향성을 만들어보았다. 나의 삶에 있어서 더 많은 상상력을 펼쳐보고 싶다. 항상 그런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눈앞에서 내팽개친 과제를 한 번 다시 도전해보는 것을 택하려 한다. 아마도 그것이 내게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많은 우연과 기회들이 내게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