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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Jan 07. 2023

나는 엄마의 갈색 눈동자를 닮아간다

프롤로그

언젠가 꼭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는 매우 사적이지만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낳는 이 없이 태어나는 생명은 없으니까. 피치 못하여 엄마에 대한 기억을 잊거나 잃은 사람일지라도 외모든 기질이든 스스로에게서 부모에 대한 조각 정도는 엿볼 수 있지 않은가.


 가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나도 비슷해'라는 답변이다. 흠, 그렇구나. 만약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하다면 풀어낼 수 있는 지점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를 키보드 자판 앞으로 이끈 것은 일말의 궁금증이었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엉킨 관계의 실마리가 해소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조금.

 그날은 엄마와 사소한 말씨름을 하고 난 다음 날이었다. 유난히 춥고 고되었던 하루 끝,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멍하니 칫솔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한 문장이 또렷이 그려졌다.


 '나는 엄마의 갈색 눈동자를 닮아간다.'





 <나는 엄마의 갈색 눈동자를 닮아간다>는 순수한 관계적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희로애락과 해프닝을 담는다. 이는 넓게 본다면 형제, 자매, 친구, 연인, 또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포괄할 수도 있다. 엄마와 자식 관계에서 시작하는 스토리는 어른으로 성숙하는 한 인간의 관계적인 통찰을 다각적으로 비추어낸다.


 글을 쓰며 새기고 싶은 마음가짐이 하나 있다. 엄마와 나의 관계를 풀어나가면서,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감정적 빈틈'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싶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인간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일을 해내기 위함이다.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무엇이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만약 말하지 못할 것들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수많은 비밀과 막연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랑으로 수렴하리라 믿는다. 나는 단지 당신의 갈색 눈동자와 화해하고 싶다.





"엄마, 내가 엄마에 대한 글을 쓰면 어떨 것 같아?"

"나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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