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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Jan 12. 2023

두 가지 새해 다짐

감사하기와 최선을 다하기

내게 새해 다짐이란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와 같았다. 서른 가지가 족히 넘는 짜릿한 상상으로 모든 욕망을 파편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2023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이전의 것과 사뭇 다르다. 딱 두 가지 목표만을 두었다. 첫 번째는 감사하기, 두 번째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기다.


 조금은 시시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새해 목표라고 할 것 같으면 아무래도 외국어 공부, 체중 감량, 돈 목표 정도는 있어야 그럴싸할 텐데 감사하기에 최선을 다하기라니. 어딘가 잡히지도 않고 모호하다. 하지만 사실 어떤 일을 하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걸 깨닫고 나서, 일상적인 태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최근 나는 일상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다. 작년 말에 심한 감기로 2주 동안 병상 신세를 지면서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반대로 평이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요소는 또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소중히 하기 위해 무엇이든 유의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일상을 바르게 세우는 첫 번째 요소는 반복적인 감사의 실천이었다. 한편 삶이 복잡하게 느껴질 때는 일상의 감사함을 저 뒤편으로 밀어둔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을 사는 누구든지 알게 모르게 누리는 많은 복이 있다. 익숙한 감각에 쉽게 물드는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는다. 특히나 '내 삶'이 너무 바쁠 때 그렇다. 바쁜 상황 자체가 삶의 동반자가 될 때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아진다. '내 것'이고 '내 몫'인 것이 가장 중요해진다. 물론 인생에는 상당 부분 스스로 관여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알고 보면 수많은 주변 상황이 함께 움직여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령 오늘 아침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대중교통이라는 신문물을 만든 사람들 덕분이다. 매 시간 맞춰 운전하시는 기사님들 덕분이기도 하다. 또한 오늘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마음 들여 곡식을 짓고, 유통하고,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런 겸손함 없이 바쁘다고 마냥 '내 몫'만 챙기다 보면 주변을 돌아볼 수 없다. 가끔은 더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가 없으면 말 한마디라도 배려 없이 툭툭 던지게 된다. 바쁜 일상에 몰두된 에너지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먼저 배제시킨다.


 바쁜 일들이 몰아치지 않도록 미리 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다. 할 일을 사이에 두고 휴식하는 시간도 절대 빠트리지 말자. 바쁨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은 때때로 쉼을 쓸데없는 일이라 여기기도 한다.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쉼으로 인해 일과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인 여유가 생겨나기도 한다. 감사할 수 있는 태도도 쉴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롯된다.

 바쁨에 예속된 인간은 소진된다. 결국 많은 일을 해냈음에도 이따금씩 공허한 이유는, 순간순간 충분히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때 감사함을 느끼지 않으면 불만이 싹튼다. 그리고 불만은 행복의 정반대에 있다. 이미 일상적으로 누리는 것에 감사하는 기술을 단련한다면 불만도 하늘 아래 먹구름처럼 쉽게 걷힌다.


 감사하는 감각에는 매우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버드 대학의 탈벤 샤하르(Tal Ben-Shahar) 교수에 따르면, 감사하고 감동하는 느낌이 우리의 몸에서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다이돌핀은 엔도르핀(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이는 호르몬)의 4,000배 효과가 있으며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면역력을 높인다.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시키는 명상과 비슷한 효과다. 이완된 몸은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줄 알았으며, 활력이 넘치고 더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친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이 되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잠을 더 잘 자고 운동을 많이 했으며 육체적 질병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 탈벤 샤하르, '하버드대 52주 행복 연습' 중에서



감사할 수 있는 태도는 쉴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롯된다.




 감사하기 다음으로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요소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쉬운 관용구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최선(最善)은 '온 정성과 힘'을 뜻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 바삐 움직이거나 열심히 한다는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그러나 앞뒤 없이 열심히 하기만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거리가 멀다. 최선은 자신의 상황 내에서 선한 영향력을 더하는 가치로 움직이는 것에 가깝다.

 이를테면 나는 생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데 이것은 마냥 열심히 해서 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니다. 오직 돈을 좇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 속에 내재된 가치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로 인해 보호자들을 독박 육아, 황혼 육아로부터 잠깐이나마 벗어나도록 해준다는 것. 돌봄 일의 가장 자랑스러운 가치 중 하나다.

 

 이렇게 일의 가치를 마음으로 찾았다면, 실천이 필요하다. 국민 MC 유재석은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최선을 다했다' 이런 느낌을 받고 가야 하는데, '하나 끝냈다' 이러면 나 스스로 양심에 너무 찔리더라고.



 예능계의 정상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유재석의 뼈 있는 한마디. 그가 전하는 메시지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 일터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가. 그저 시간이 흘러 퇴근시간이 되기만을 바라고, 지금 해야 할 일을 미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진 않은가.

 당연히 누구나 자신의 일을 싫어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이 과제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다 보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간다. 일이 싫어진 이유가 사실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적절하게 선호에 맞는 일을 하면서도 싫은 마음이 든다면, 자신이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스스로 물어보자. 어떻게 하면 일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딱 하루만이라도 최선을 다해볼까? 하루 이틀 정도 최선을 다하는 실험을 해보자.

 그러면 결국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미적대면서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것이 나에게도 주변 상황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사하기와 최선을 다하기라는 가치와 함께할  년을 꿈꿔본다. 체리 쥬빌레 같은 달콤함은 없어도, 대추차같이 뜨뜻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

 감사하기의 실천으로서 나는 매일 저녁 감사일기를 쓴다. 최선을 다하기의 실천으로서는 일터에서의 완전한 몰입을 행한다. 하루하루 삶은 더 수월해지고 만족스럽다. 나만의 대추청을 담는 과정을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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