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8. 운전이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요
조수석에 앉아서 노래나 틀고 떠들던 때는 몰랐다. 운전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미루고 미루던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저번 달에는 드디어 필기시험을 응시해보려고 문제은행 어플로 매일 모의고사를 치면서 준비했다. 일주일 정도 풀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와서 바로 시험 등록을 했고, 79점으로 거의 턱걸이 합격을 했다. 1종 보통은 70점 이상이 커트라인이다. 내 주변에 면허 딴다는 친구들은 1종을 거뜬히 따는 모습을 보고 선택한 것이 1종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능시험 학원 등록을 하러 갔는데, 접수원이 "수동 맞으시죠?"라고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아니요, 1종 보통인데요"라고 대답했다가 그게 수동이지 으이그라는 대답을 듣고 나는 1차로 충격을 받았다.
어제는 기능 수업 첫날이었다. 물론 트럭을 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클러치'라는 이 요망한 기능이 딸려있는 줄은 몰랐다. 자동 승용차는 왼발로 브레이크를 조절하고 오른발로 액셀을 조절하지만, 수동 트럭은 왼발로 클러치 하나를 조절하고, 오른발로 브레이크와 액셀을 번갈아서 조절한다. 클러치는 동력 전달장치이고 클러치를 밟으면 차의 동력이 끊어진다. 그래서 클러치는 시동 걸 때와 기어 조절하기 전에 꼭 필요하다. 클러치를 푹 밟고 난 후에 시동을 켜거나 기어를 조절해야 한다. 클러치를 누른 발이 급하게 떼 지면 차 시동이 갑자기 꺼지는 일도 생긴다. 그리고 클러치를 밟은 왼발을 천천히 올려주면 액셀 없이도 차가 간다. 이는 '반클러치' 상태이다.
20km 이하에서는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도 클러치를 쓴다. 나는 이 발 조절, 특히 왼발 클러치 쓰기가 너무 어렵다. 작은 키도 아닌데 클러치를 끝까지 푹 밟기가 어려워서 의자를 앞으로 당길 대로 당기고 운전했다. 초보운전자들의 특징 중 하나다. 그리고 기어를 바꿀 때나 차가 정지할 때 미리 클러치가 쓰이는 걸 몇 번이고 까먹기도 했다. 수업도 시험도 학원에서 하는 거라 강사가 시험 코스나 팁을 모두 알려준다. 강사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나는 왼발 한 끗 차이로 차가 빨라졌다가 멈추는 그것만 집중하게 된다. 클러치에 집중하느라 잘 들리지도 않고 앞에 뵈는 것도 없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핸들 조작이나 방향등을 깜빡하기도 한다.
물론 첫날이었으니 힘든 게 당연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운전이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단 두 시간 수업에서 거의 여섯 시간은 들은 사람처럼 집에 와서는 바로 지쳐 쓰러졌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안 그래도 피곤한데 옆에 앉은 강사의 짜증 섞인 화를 흘려듣자니 심신이 몇 배로 고단했다. 모두 마치고 난 후에 집 근처에 있는 큰 나무 밑에 벤치에서 몇 분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체력이 모두 털릴 만큼 집중했다는 뜻이다. 언젠간 꼭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책임이 있다. 그러니 기능 합격에 도로주행 합격까지 쭉쭉 잘해보려 한다. 학원에서 나오고 나서 보니 도로 위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 운전하는 분들 정말 리스펙. 그래도 매너 운전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