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4. 10년 전 선생님이 내게 던진 한 마디
바야흐로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방과 후 수업으로 '수예부'에 들어서 다른 반 학생들과 합동 수업을 했다. 손바느질을 좋아하고 뭐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선택한 수업이었다. 가장 기억나는 과제는 수면양말로 원숭이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큰 맘먹고 아트박스에서 비싸고 예쁜 수면양말을 사서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예부의 담당 선생님은 무섭기로 소문난 영어 선생님이었다. 무서운 선생님이니 학생들이 대들지는 못하지만, 가끔씩은 유쾌하고 재밌는 말을 툭툭 던지던 선생님이다. 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그 선생님이 내게 건넸던 말이다.
언젠가 수예부에서 장난감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나는 당시 알파벳 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 세트를 만들었다. 펠트지로 바탕을 만들고, 알파벳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서 벨크로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었다. 모든 알파벳 모양을 잘라서 나름 알록달록하게 배색을 하고 솜을 넣어 바느질을 한 알파벳 인형은 만들고 보니 아주 그럴듯했다. 펠트지의 색은 물론이고 실의 색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 오리 얼굴 모양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게 빠져들어했던 기억이다. 원래는 수예부 수업시간 중에 활동을 해서 완성해도 되지만 나는 집에 와서도 바느질을 해가면서 열심히 만들었다.
알파벳 E가 완성이 되었을 때쯤, 선생님이 나의 작품을 보시더니 "나중에 이런 거 만들어서 먹고살면 되겠네."라는 회심의 한 마디를 던졌다. 이토록 시니컬한 칭찬의 말이 평소 무서웠던 선생님의 입에서 나왔으니 나는 무척 신이 났다. 기분 좋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그려진다. 이후에도 나는 만들기를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꼽았다. 고등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이 스펙을 위해 '영자신문반' 같은 꽤 거창한 활동들을 할 때, 나는 손바느질로 인형을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서 열심히 인형을 만들었다. (ㅋㅋㅋ)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도 그 흥미와 재능을 꾸준히 지속해서 대학교에서도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에서야 이런 사소한 칭찬의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커갈수록 점점 세상도 나도 칭찬에 박해지기 때문이다. 저 정도의 시니컬한 한 마디도 칭찬으로 여기고 10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으니 한국사회가 칭찬에 조금 박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나중에라도 내가 학교나 직장 등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무엇이든 유쾌하게 칭찬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나를 일부러 깎아내리지도 않으면서, 너무 위선적이지도 않은 한 마디를 기분 좋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없이 멋진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말이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가끔 꺼내 들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