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그만둬보기로 했다

ep 39. 글 읽기로 미뤄온 수많은 감각들을 길러보기

by 이진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독서를 중단하기를 권유하는 과제가 있다. 2년 전 이 책을 접했을 때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제다. 우리는 매일 책, 메일, 블로그, 뉴스 기사에 둘러싸여 산다.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곳 브런치 조차도 글을 발행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 우리는 글자를 읽는 행위를 강박적으로 한다. 그래야만 안심을 느끼는 것만 같다. 책에서 소개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글은 수면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젯밤에도 자기 전에 몸을 뒤척이다가, 무언가 유의미한 글자들을 씹어먹고 싶은 충동에 ebook을 빌렸고, 몇 자를 읽다가 잠에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이 독서를 그만두는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두 개가 있고, 매일 원서 읽기도 하고, 가장 활발히 글을 쓰는 때도 지금이다. 그런데 글을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은 내게는 사실 어불성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온갖 핑계를 대고서 내가 독서와 글자 읽기를 붙잡고 있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독서는 하고 나면 무언가 뿌듯함을 주면서도, 세상에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기를 미루어주는 좋은 대체재다. 하루를 활동적이지 않고 게으르게 보내면서도 단지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 하나를 채우기 위한 핑계로 독서는 아주 유용하다.


 그동안 내가 지내온 시간에 독서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쉬는 날이면 공원을 갈 수도 있었고, 쇼핑을 할 수도 있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도, 자전거를 탈 수도 있었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삶의 너무 많은 시간을 독서로 채워왔다. 글 읽기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중독이다. 유의미한 글이든 일회성의 글이든 읽더라도 그 내용은 나에게 없다. 단지 그것을 읽었다는 행위만 기억될 뿐이다. 왜 그렇게 우리는 글을 읽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왜 나는 글을 읽지 않으면 왠지 텅 빈 느낌이 들곤 할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오늘부터 독서를 일주일간 중단해보려고 한다. 모든 책, 글, 시험공부, 블로그 등 불필요한 읽기 매체들을 일주일간 멀리해보고, 그동안 다른 감각적 활동들을 할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여겨보기로 했다. 딱 일주일의 시간을 내게 선물해주고 싶다. 삶에는 아주 다양한 일들이 많은데도 굳이 읽기를 위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쓸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습관적으로 말이다. 내가 독서 대신 계획한 것들은 이와 같다.


 뜨개질, 청소, 노래 듣기, 요리, 명상, 서랍 정리, 그림 그리기, 춤추기, 바다 보러 가기, 자전거 타기, 공원 가기, 스케이트 타기, 도시락 싸서 소풍 가기, 백화점 가기, 전시회 가기, 미용실 가기, 염색하기, 여행하기, 카페 가기...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주일을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도 불확실함에 휩싸이지만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독서를 그만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시험공부를 일주일간 미룬다고 해서 시험 당일에 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 책과 ebook을 쥔 손을 놓고, 그저 이 순간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바라보는 일은 지금 내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이다. 익숙해진 영어단어 몇 개 대신, 나는 이번 일주일 동안 삶이 품은 빛을 만나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7일 후, 이곳에 독서를 그만둔 후기를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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