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자 읽기 중독일까?

ep 42. 수동적 독서 습관 고치기

by 이진

 나는 7일간 책, 원서, 블로그, 시험공부 등 읽기가 필요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대신 다양한 감각적 활동을 시도해보는 중이다. 그것이 고작 3일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글 읽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보다, 글을 읽는 행위에 얼마나 중독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느끼는 중이다.


 이전까지 독서가 하나의 현실도피용 약물처럼 사용되었던 것만 같다. 카페에서, 대중교통에서, 그리고 자기 전까지 무슨 글이든 읽었다. 자기 전에는 특히 조금 의미 있거나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듯 느껴지는 글을 보고 안심하면서 잠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 장치가 없어지니 이틀 차엔 마치 어딘가 중독된 사람처럼 무슨 글이든 씹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그래서 글 읽기 대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으로 해소를 했다. 확실히 독서와는 다른 감각을 깨우는 활동들이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해온 독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을 잊게 해 주는 활동이었다. 나의 주의를 다른 데에 놓아두면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장치로 쓰인 것이다. 사실 앞서 읽은 많은 글들의 중심적 내용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글을 읽었다는 행위가 당시 내게 안도감을 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독서를 하면 왠지 뭐라도 해낸 느낌이 든다. 하지만 독서 그 자체에 의미 있다기보다는, 그 내용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읽기보다는 쓰기에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멋진 사람들이 써낸 글은 사실 출판이 되면서부터 글의 존재가치가 끝난 것일 수 있다. 상당 부분 수동적 행위가 되는 읽기는 능동적 쓰기와 결코 비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아무리 저명한 철학자의 글이더라도 이미 그가 써낸 글을 읽는 것이라면 '반쪽의 얼치기'에 불과하다. 명서 한 권을 읽는 것보다 오늘 내가 쓰는 한 줄의 글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걸, 남이 쓴 글을 읽는 행위가 나의 능동적 활동을 미루어주는 하나의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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