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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글쓰기 여정

ep 50. 그리고 2020년 하반기 돌아보기

by 이진

 벌써 50번째 글이다. 두 달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해 왔다. 적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반백 번의 글쓰기를 하는 동안 내게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거의 집에만 있으면서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누군가와 말을 하거나, 생각을 표현하고 에너지를 순환시킬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글쓰기를 시작하고 매일 어떻게든 하나씩 글을 발행해내면서, 꾸준히 나와의 대화를 했다. 매일 글을 쓰는 것 그 자체로 그간 느꼈던 외로움과 답답한 마음들이 모두 해소가 되었다. 길고도 짧은 50일이었다. 글쓰기는 나를 이끌어주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느낌이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글쓰기는 매일 아침 해나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그냥 훅 지나가버린 데에 반해, 하반기에는 원했던 것들을 대부분 달성시켰다. 글쓰기는 그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 심심해서 글을 썼고, 또 답답해서 글을 썼다. 영어공부를 하면서도 글을 썼고, 운전을 처음 배우면서도 글을 썼다. 나의 일과는 점점 형태감을 찾아갔다. 생각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데에 글쓰기는 큰 도움을 주었다. 무지했던 이전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많은 부분 성장시켰다. 무기력함이나 심심함도 모두 해소되었다. 이미 글쓰기의 유익함에 대한 에피소드가 몇 번이나 나왔지만, 입이 닳도록 말해도 아깝지 않은 글쓰기의 순기능은 곧 자기 성찰에 있다.


 글쓰기는 하루 만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기에 더 매력 있다. 흩어져 떠도는 생각을 분별 있게 이끌고, 단어와 문장을 형성해가는 작업은 하나의 예술활동에 가깝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멋지지만 쓰는 행동 자체에 매력이 모두 담겨있다. 내가 성장하면 작품도 태가 살아난다. 태가 나는 글은 독자들을 기쁘게 한다. 이외에 독자가 따로 없는 플래너나 다이어리를 보아도 한 걸음 도약하는 때가 있다. 과거의 기록을 돌아보며 느끼는 현재의 나는 하나의 증거로 남아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고 느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더라도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발자국이 되어 초연해질 수 있다.


 하루 뒤, 1년 뒤, 지나는 순간마다 후회의 연속 일지라도 그것이 하나가 된 큰 과거는 얼마나 느낌 있는 과거인가. 또 그중에 마디마디를 멀리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즐거운 때였나. - 나혜석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으로 남았던 2020년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2020이라는 멋진 숫자에 걸맞지 않은 수많은 변수들은 이전에 고착되어있던 세상을 부수어버리는 과정이었으리라. 인류는 그저 상쇄되어가는 세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홀로 지어놓고 살던 세상도 하나의 변성을 맞았다. 난기류를 뚫는 당시엔 조금 어둡고, 잡히지 않는 스산한 길이었지만 곧 다시 봄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안다. 앞서 폭풍이 불어닥쳤으니 이제는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우리 모두 서로 조금 더 다독이면서, 또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앞으로 다가올 멋진 나날들을 상상하고 축복하기로 하자. 다음 해로 넘어가기 전에, 나는 그간 불필요하게 만들어냈던 과오와 실수들을 용서하고 정화시키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이 글을 보는 독자님의 앞 날에도 빛이 가득하기를, 그대를 이끄는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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