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5. 지금 너무 행복한데도 두려운 이유
유튜브 채널 '해피 아가리 - Happy I got it'은 내가 즐겨 보는 채널 중에 하나이다. 문명특급의 MC이자 연반인으로 유명한 재재와 그의 전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윰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해피 아가리 채널이 종종 알고리즘에 떠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고상한 술방'이라는 콘텐츠였다. 술자리 분위기를 테마로 하여 멤버 재재와 윰이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사연을 소개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솔루션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사연자는 자신의 현 애인을 너무 사랑하고 현재 둘 사이도 매우 좋지만, 헤어질 생각만 하면 갑자기 너무 두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관계의 끝, 즉 이별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는 사연을 남겼다. 재재와 윰은 그들만의 관점을 제시하며 사연자를 안심시켰다. 그것도 잠시, 둘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연자의 상상으로부터 야기된,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상황에 대해 되려 더 깊게 논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행복한 상황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결국 끝을 바라도록 만든다는 이 논리는 왠지 나에게도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최근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종종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방을 정리하는 순간에 한 번씩 매우 만족감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좋은 나날들을 보낼 때, 갑자기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한 부채감이 생겨난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불편함은 가끔씩 나의 완전한 행복과 만족감을 거슬리게 만든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가 행복을 느끼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고 관대하지 못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사실 행복이라는 '결말'보다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스토리'에 더 끌리는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역경의 상황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결국 우리는 오히려 평온함이 찾아왔을 때 이를 행복이라 여기고 순간을 즐기기보다, 그로부터 도망쳐 나오면서 새로운 역경을 만들어내고 또다시 평화를 찾아다니는 쳇바퀴 속 다람쥐가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이쯤 되니 행복에 대한 회의감까지 생겨난다. 행복이 계속되면 그것이 행복이 맞을까? 사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의 고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힘든 나날들에 지금이 대조되어야만 현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행복은 있다가도 없어진다는 말이 된다. 일정 궤도에 오르고 일상이 고난을 벗어나 안정화가 되면 행복은 또 다른 고난을 필요로 하는 걸까?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아직까지도 충분하게 행복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행복은 쉽게 논리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완벽하게 현실에 온전히 정착되어있는 느낌이니까.
결론적으로는 재재가 영상 속에서 말했듯이, 그냥 현재를 즐기는 것만이 답이지 않을까. 정말 지지리도 진부한 결론이다. 하지만 그렇게 진부 한대로 이는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난 과거 또는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붙잡고 생각을 하느라 현재에 존재하지 못한다. 현재에 돌아오면 내가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는 내가 당장 어찌 만들어나갈 수 없는 것이니 생각할수록 더 무력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에 존재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끝없는 연습이자 실천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데에 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완전히 솔직해지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우울, 무기력, 기쁨, 행복 등등) 모든 감정에 마음을 열어 그대로 수용해보면 어떨까. 결국 현재에 집중하여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로 귀결된다. 과거와 미래를 들추지 않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