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일렁 불안한 청춘의 사랑

ep 60. 백예린 'tellusboutyourself' 앨범 리뷰

by 이진

 얼마 전 가수 백예린의 새 앨범이 나왔다. 작년에 이어 똑같은 날짜에 발매된 'tellusboutyourself'는 색다른 분위기의 전자음이 주를 이루는 앨범이다. 사실 이 앨범을 지금 리뷰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발매가 한 달가량 지난 이 시점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곡들을 이해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백예린은 모든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피처링 하나 없이도 이렇게 가사와 멜로디 모두 특별한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가수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마지막 트랙인 'Bubbles&Mushrooms'를 빼고는 모두 영문으로 이루어진 가사도 또한 특징적이다. 처음에 나는 가사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애매하게 잘 읽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영어로 쓴 가사라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 친절히 해석도 모두 다 달려있고, 열심히 읽으면서 꾸준히 듣다 보면 영문 가사도 이질 감 없이 들려온다.


 가령 그는 가사 속에서 싫은 것을 싫다고 하고 (10번 트랙 'Hate you'),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고 말한다.(11번 트랙 '0415') 그러다가도 사랑하는 너를 위해 나를 모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순적인 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13번 트랙 'I'm in love') 울렁이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연약하면서도 주체 감이 확실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그가 분명 지독히도 사랑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처음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저번 앨범에 비해서는 형태가 흐릿한 느낌의 곡들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이사이에 마음에 드는 곡이 한두 가지 있었지만 자주 찾아 듣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어제 우연히 전곡을 차례로 듣게 되었는데, 그가 이번 앨범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곡과 곡 사이를 잇는 흐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이 앨범의 진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 백예린의 'tellusboutyourself' 전곡 듣기

 - https://youtu.be/1M7pK_PZ5og


 저번 앨범인 'Turn on that blue vinyl'은 한 곡 한 곡이 주옥같으면서 앨범 전체로는 대 서사의 장편 시리즈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이전 곡들보다는 리듬감이 있고, 앨범의 맥락을 드러내며 하나의 주제를 살리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 느낌이다. 내가 생각해낸 주제는 '청춘의 생에서 꼭 느껴볼 만한 위태위태한 감정들'에 대한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워하는 생각 많고 내성적인 한 청춘의 표현처럼 느껴진다. "tell us bout yourself"라고 청자들에게 말을 건네면서 그는 솔선하여 가능한 자신을 최대한 드러냈다.


 리듬감은 아주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특징이 있다. 존재감 있는 리듬과 흐릿한 감정을 담은 가사의 아이러니에서 이번 앨범이 끌리는 이유가 있다. 노래 중간에 한 번 변주가 되는 5번 트랙 Ms. Delicate는 해석이나 이해 없이도 음악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곡이다.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라던가, 공간감을 이리저리 바꾸는 변주가 청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새로운 1인 레이블을 꾸리면서 백예린의 음악은 날개를 돋친 듯이 비약하고 있다. 백예린의 음악을 듣다 보면 백예린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된다. 그의 음악 자체에 스토리텔링이 충분히 잘 되면서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백예린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동갑인 그가 꼭 우리 나이 때에 느낄법한 것들을 매우 솔직하게 풀어내는 데에 있다. 어떤 이야기가 되든지 간에 팬으로서는 그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앨범이 한두 개씩 발매될수록 백예린이라는 사람에 대한 매력을 더 알고 싶은 마음도 늘어난다. 그의 음악은 어떻게든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비범해지고, 변주되고, 이곳저곳을 통통 튀면서도 백예린이라는 장르로써 맥락을 가지고 머문다. 아마도 이러한 매력이 백예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앞으로의 음악 여정도 너무나 기대가 되는 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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