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채식 시장의 도약

ep 61. 한국에도 콩고기 옵션이 생기다

by 이진

 나는 위에 두 언니가 있다. 그중 큰언니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며칠 전 언니의 방과 후 담당 활동인 영자신문읽기반에서 학생들에게 각자 발표를 준비하도록 했더니 열댓 명이 되지 않는 동아리 학생들 중에서 두 명이나 '식물성 고기'에 대해 발표를 했다고 한다. 'Cow-free meat', 'Vege meat' 등으로 표현된 식물성 고기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는 듯하다. 환경보호, 동물권, 건강이슈가 늘어남에 따라서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비건 지향인으로서 바라본 한국은 다른 선진국(영국, 캐나다, 미국 등지)에 비하면 채식에 무지한 편이다. 음식 문화가 주로 육식으로 발달된 까닭이다. 주류 문화인 치맥이나 삼겹살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쉽게 모여들고, 이를 나누어 먹으면서 친밀함을 공유한다. 이외에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고기 중심의 왕실 식사의 역사와 그의 대중화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고기에 열광하는 한국 문화 속에서도, 요즘에는 점점 채식 옵션이 늘어난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채식인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얼터밋.jpg 서브웨이의 콩고기 메뉴 '얼터밋 썹'
2020021101001076500060761.jpg 롯데리아의 '리아 미라클 버거'


 서브웨이의 경우에는 매장에 가면 빵과 소스의 이름 옆에 비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표시(비건 인증 V 마크)를 두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비건 표시와 최근엔 콩고기 메뉴까지 출시하면서 소비자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롯데리아는 십여 년 전부터 '밥 버거'와 같은 특이한 제품을 종종 선보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콩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를 출시하여 시작부터 채식 지향인들의 열광을 받았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니 빵이나 소스에 우유나 소고기 성분이 들어가서 따지고 보면 비건은 아닌, 그런데도 홍보는 맘대로 한다고(?) 굉장히 질타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맥도널드나 버거킹 등지에서도 한 번 내놓지 않은 콩고기 패티를 출시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박수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결국 성분에 깐깐한 비건인들로부터의 수요가 가장 높은 콩고기 패티를 먹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엉성한 롯데리아의 분위기가 솔솔 풍긴다.




 어쨌든 다수의 기업들이 채식 시장의 니즈를 눈여겨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주변에 먹을 것이 없어서 점심으로 유부초밥집과 서브웨이만 전전하던 나였다. 이전 서브웨이에서는 채소만 들어가는 메뉴만 먹었는데, 이제는 감사하게도 콩고기 메뉴와 맛있는 소스도 생겨서 정말 기쁜 마음이다.


 혹여 독자분들 중에서 요식업을 관련해서 일하는 분들이 있다면, 채식 시장을 꼭 눈여겨보시기를 바란다. 단언컨대 10년 내에 한국에서도 수요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채식을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거라 믿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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