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과 다음 퀘스트

ep 59. 존재의 실현과 책임

by 이진

 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자기만의 방'은 그가 한창 작가로 활동을 할 당시 강연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의 많은 유명한 소설책들 사이에서도 이 책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그가 삶에 대해 논하는 신선한 시각 덕분이다. '한 여성이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곧 이 책의 주제다. 19세기에 살았던 작가의 배경으로 보았을 때 500파운드의 돈은 현재로 치면 한 달에 약 300만 원 정도의 돈이다. 1인분의 삶에는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의 고모가 남겨준 유산 덕분에 현실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예술가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외에 그가 언급한 '자기만의 방'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인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뜻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매우 드물었던 여성 소설 작가인 메리 카마이클은 침실 겸 거실에서 가족들 몰래 글을 썼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만약 그가 혼자 있을만한 방이 있었고,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의 글쓰기는 지금 이 시대에 유의미하게 남겨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책 '자기만의 방'에서 말하는 요지는 단 한 줄로 요약된다. 여성이 자신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과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의 끝에 도달하며 남긴 말이었다. 방과 돈이라는 필요조건 달성 이후 여성이 일궈나갈 삶에 대한 여지를 던지는 부분이다. 자기만의 방, 돈 그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러면 그 이후는? 자신의 삶을 무엇으로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는 곧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다.


ss.png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돈을 가진다고 한들, 인생의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물질은 뒷받침이 되는 것에 머무를 뿐이고, 그 속에서 창조되는 나의 활동을 통해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삶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자기만의 방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사람보다는, 글을 쓰기 위해 길거리로 나오는 사람이 더 생산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인간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보부아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루 45분씩 3년간 책을 읽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