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7. 미용실에 가는 것보다 나을까?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파마만 빼면 웬만한 머리 손질을 곧잘 해낸다. 커트부터 염색은 기본이고, 탈색도 한 번은 셀프로 해본 적이 있다. 머리를 만지는 것이 익숙해지면 재미있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미용실에 드는 돈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용실에 가서 가끔 머리가 마음에 안 들게 되면 미용사를 탓하게 되는데, 만약에 내가 자르다가 이상해지면 결국 내 탓이 되니 어쩔 수 없다며 넘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종종 마음에 안 들면 집에 와서 내가 추가로 자르기도 하니, 그럴 바에야 혼자 자르겠다 싶은 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미용실을 한 달 반 정도를 미루다가 오랜만에 혼자 머리를 잘라보았다.
셀프 컷에 필요한 것은 빗, 미용가위, 숱가위, 거울, 집게핀이다.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이다. 그리고 세면대에는 비닐을 깔아서 하수구가 머리카락으로 막히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신나는 노래를 틀면 준비 끝이다. 어떤 스타일로 자를지 사진을 찾아두면 더 좋다.
앞머리와 옆머리는 난이도 별 두 개짜리로 쉽게 자를 수 있다. 집게핀으로 윗머리를 올려 영역을 잡고 아래서부터 맞춰 자르면 된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뒷머리다. 그럴 때 바로 손거울이 필요하다. 화장실의 큰 거울 앞에서 손거울로 뒷머리를 비추어보면서 영역을 맞추고, 손가락이 잘리지 않게(;;) 감으로 잘 잘라주어야 한다. 조금씩 자르다 보면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점점 수북해지고 화장실은 난리가 난다. 머리가 다 되면 이제 잘린 머리들을 모두 청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화장실을 같이 쓰는 가족들에게 눈초리를 맞을 위험이 있다.
셀프 컷이 돈이 안 들어서 좋다고는 했지만, 시급으로 치면 사실 미용실과 값을 비슷하게 치른다. 잘린 머리카락을 치우는 것 까지 하면 말이다. 자르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청소가 의외로 오래 걸린다. 미용실에서는 아주 가끔 자신의 의도대로 잘리지 않는다는 위협이 있고,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아도 값을 똑같이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 자르면 내 맘에 들도록 자를 수는 있지만, 정리하는 시간까지 하면 거의 배로 든다. 결국 여러 가지 특징을 고려해보면 비슷한 결과이다.
앞서 말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혼자 머리를 자르는 것은 하나의 감각적 활동이자 창조활동이기도 하다. 머리 모양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쏠쏠한 맛에 실패나 단점이 있더라도 도전해보게 된다. 실패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에 의해서 또 배워서 다음에 더 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중이 제 머리 깎듯이 커트에는 도가 터서 반듯이 잘 자르게 되는데 머리를 완성시키면 기분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정말 쉽게 돈을 세이브할 수 있지 않은가. 요즘에는 유튜브 같은 데서도 쉽게 머리 자르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혹여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