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의견'이라는 착각

ep 81. 의견의 가치는 '나만의 행동'에 있다

by 이진

 인간이라는 종은 보편적이다.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볼 때 그들만의 보편성을 깨닫는 것처럼, 인간은 생김새도,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인간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다 알게 된 마당에, 우리가 해내는 생각에는 무엇이 더 특별할 수 없다. 나는 개인적이고 구체적 기호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기호에 관한 말을 하는 것이다. 인류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종이고, 종의 보편성에 따르면 어느 누구든지 그게 그거인 선호도를 가지며 100년 치 인생을 살다 죽는다. 인간의 삶이 이토록 지지리도 비슷하게 구성된다면, 의견이나 생각도 물론 내세울거나 새로울 것 하나 없다.




 나에게 일정 생각이 있더라도 그것은 683년 전에 이미 누군가 생각했던 것일 테다.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다 보면 매번 경외심이 든다. '이 생각 나(사회)도 똑같이 하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령 그가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간은 소박하게 사는 게 미덕이라는, 그리고 그런 소박함이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책 출간이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소박함을 추구하는 정신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진정 '나'로부터 비롯되는 의견이란 게 사실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누가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의견은 생생함과는 거리가 멀다. 의견이란 생각에서, 구체적으로는 이전에 했던 생각에서 비롯되므로 과거 세계에 고착되어있다. 더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주워들은 말을 통해 우리는 의견을 만들고 그 속에서 헤엄친다. 그것이 진정 자신의 생각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우리는 의견을 두고 토론하거나 주장하며 '말'에 에너지를 내어 살기보다는, 그 말대로 실천하는 것에 핵심을 두어야 한다. 행동 방안이란 그저 오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루에 충실하여 사는 것뿐이다. 과거의 생각이나 의견에 지기보다는 오늘 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행동에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다. 생각이 우선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고뇌를 겪지만, 행동을 하는 이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또한 의견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동만이 인간 존재의 힘을 북돋는다. 가령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 대한 의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그중 진짜로 행동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예로, 모두 학교를 다니며 한 번쯤은 만나봤을 모범생들은, 그들 스스로 모범생임을 한껏 드러낸다. 태도, 행동, 차림새 등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 그들은 생각으로부터 모범생이 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부터 이룩한 것이다. 삶은 말로 풀어내는 의견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삶이라는 바다 위에서 돛을 올리기 위해서는 의견이라는 무한한 밧줄에 매듭을 짓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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