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욕심

ep 8. 안 쓰지만 갖고싶다

by 이진

나는 눈이 안 좋다. 하지만 안경이나 렌즈를 꼭 착용하지는 않는다. 시력은 0.4정도 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세상을 흐릿하게 보면서 산다. 평소 집에 있으면 책이나 스마트폰처럼 가깝게 보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시인 나는 안경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고 산다. 그런데 외출을 하게 되면 먼 곳이 잘 보이지 않아서 피곤함을 잘 느끼는 편이다. 반면 눈이 안 좋다는 것이 장점이 될 때도 있다. 길에서 별로 보고싶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눈길을 끄는 광고들에 시선을 뺏기지 않아서 좋다. 길을 가로지르며 어색하게 마주치는 이들을 덜 의식하게 되는 것도 있다. 내가 안경을 끼는 경우는 작업을 하거나 공부할 때에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안경이 두 개나 있다. 심지어 하나는 2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출하여 맞춘 안경이다. 사실 집에서도 잘 안경을 쓰지 않고, 안경을 착용하고 외출하는 경우도 손에 꼽는다. 그런데 안경이 두 개나 있고 그 외 7만원짜리 안경 알도 한 쌍 더 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쇼핑을 하면 안경 구경을 한다.


이제는 안경이 시력교정의 용도보다는 패션아이템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알 없는 안경을 끼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나도 어린시절에 안경을 너무 끼고싶어서 엄마를 졸라서 도수 없는 안경을 샀던 적이 있다. 네모난 까만 뿔테에 안경 다리는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되어있는 안경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안경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면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굳이 안경을 사서 끼고 다녔다. 지금이야 그런 환상을 가진 그 초딩에게 말해주고싶은 것은 눈관리나 좀 잘하라는 말이다. 안경은 안 쓰는 게 최고니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 때 부터 본격적으로 시력이 점점 내려갔다. 뒷자리에 앉으면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은 탓에 옆 친구 안경을 빌려 사용했다. 아마 그 때 처음으로 도수있는 안경을 사서 썼던 것 같다. 그것도 불편해서 수업시간에 필기할 때만 착용했고 평소에는 빼고 다녔다. 당시에는 안경 쓰기가 또 싫었다.


유행처럼 쓰고싶다가도 빼고싶은 이 안경이라는 물건에 더 이상 집착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벌써 봐둔 안경이 있고, 테 없이 남은 안경 알에 사이즈가 맞을까를 며칠 고민하다 이 글을 썼다. 심지어 나는 안경을 안 쓰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러니 나 같은 안경 철새는 쓸데없이 쓰지도 않는 안경에 돈 쓰지 않고 고이 비상금으로 모셔두는 것이 더 낫다는 걸 안다. 이제는 정말 사지 않기로 약속이다. 약속. 비싸게 주고 사도 패션아이템으로 조차 쓰지 않는 안경이 두 개나 있으니 말이다. 가지고 있는 거나 열심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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