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 달고나 커피가 선물한 불면증
커피를 마신 그날 밤은 종종 뒤척거려진다. 카페에 가도 주로 차이티라떼 같은 달달한 두유 음료를 먹는 나는 평소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인만 들어갔다 하면 심장이 요동을 친다. 밤이 되면 하품이 끊임없이 나오고 피곤한 상태인데 정신은 말똥말똥해서 편히 잠에 들지 못한다. 오늘 내가 카페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제 커피를 마시고 새벽 3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엔 적어도 1시가 되기 전에는 무조건 잠에 드는 편이다. 그런데 어제는 달고나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고 제대로 카페인 흡수가 된 탓에 새벽 내내 침대 위에서 뒤척였다. 커피는 사실 카페인 때문에도 싫어하지만 솔직히 맛있는 것도 잘 모르겠고, 먹고 나서 입에서 커피 냄새가 나는 게 싫어서도 잘 안 마신다. 아무래도 궁극적인 이유는 맛이다. 단맛 추종자인 나는 커피, 특히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험기간같이 밤을 새울 때는 대신 시럽을 거의 잔의 1/3을 채워 넣어야 그나마 만족하며 마신다. 그 정도면 거의 설탕물이다
최근 많은 유튜버들이 도전하던 달고나 커피는 나의 기호를 완벽히 채워줄 수 있는 커피 음료였다. 한창 유행할 때 심심해서 한 번 만들어봤다가 너무 맛있는 바람에 종종 만들어 먹었다. 커피가루와 설탕과 약간의 소금이 선사하는 부들부들한 그 거품을 두유 위에 올려놓는 순간 눈과 입이 즐거운 음료가 완성된다. 어제도 오랜만에 카페를 갈까 하다가 그냥 집에서 달고나 커피 크림을 만드는데 그 양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크림이 잘 뭉쳐지지가 않았고 크림을 휘젓느라 팔은 엄청 아팠다. 그렇게 아픈 팔을 부여잡고 대충 끝내고 살짝 덜 된 크림을 올려 먹었는데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시면서 다시 휘핑을 몇 분, 그리고 두 번째 잔에 크림을 또 올려 마셨다. 벌써 두 잔이다. 그러고 나서 공부를 하다가 대충 마무리 짓고 한 잔을 더 마셨다. 그렇게 커피를 세 잔 마셨는데 밤에 잠이 안 오는 게 당연하다. 나처럼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바로 그 반응을 느낀다. 오늘 새벽이 그랬다.
커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최악으로 경험한 카페인 후유증이 문득 떠오른다. 때는 바야흐로 올해 초 유럽여행 때, 런던에 있다가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미리 예매를 했는데 비행기를 시간을 잘 못 알고 놓치는 바람에 런던 공항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매를 하고 공항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잠이 와서 커피를 한 잔 마셔야겠다 싶었다. 내가 간 카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아무튼 런던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카페모카를 주문하고 마셨는데, 커피 자체는 맛있었지만 카페인이 엄청났던 모양이었다. 마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육체의 피곤함과 정신의 각성 상태가 동시에 일어났다. 그냥 의자에 앉아있는데도 비정상적으로 뛰는 심장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가 밤을 겨우 새웠다.
중 고등학교 때도 종종 시험기간이 되면 커피를 마셨다. 밤샘이 필요할 때는 필수 요소였다. 요즘 나의 삶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는 밤샘할 일도 없거니와 쓴 맛 때문이라도 커피는 지양했다. 그런데 달고나 커피라는 가성비 넘치는 명품 커피 제조법이 나오는 바람에 어제 고생을 좀 했다. 마셔도 딱 한 잔정도야 괜찮지 어제 세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신 것이 좀 심했다. 수동 휘핑의 힘겨움 뒤에 마시는 새참 같은 달달한 커피의 매력이 엄청나지만, 이제는 숙면을 생각해서라도 카페인은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