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커밍아웃 -절망 2편-
나의 우울은 결국 나의 몫이기에
첫 커밍아웃이 후회와 자기혐오만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커밍아웃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다를 거라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얼굴을 보고 말하면 다를 거라고. 누군가는 반드시 나를 끌어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겠지라는 일말의 믿음이었다.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다 나는 가장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방학이 시작되기도 했고 친구가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오랜만에 얼굴을 볼 겸 약속을 잡았다. 그 친구와는 초중고를 같이 나와 서로의 크고 작은 집안 사정까지 꿰뚫고 있는,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흔히 말하는 진짜 친구 사이였다.
그리고 속물적인 마음으로는 나는 그 친구가 감성적이고 여린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나의 슬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는 늘 그렇듯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동네에서 만나서 골목을 헤매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부대찌개 가게에 들어갔다. 재잘재잘 대학생활에 대해 자취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를 앞에 두고 나는 언제쯤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지 타이밍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대화가 끊기는 순간에 나는 이때다 싶어 나의 우울증에 대해 털어놨다.
친구는 잠시 당황한 듯싶다가 “괜찮아질 거야”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다음 그녀는 자신의 남자 친구 험담을 나에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연신 그녀의 말에 호응해줬지만 나는 ‘이게 다 야?’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가게였지만 혼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철저한 외로움이었다.
친구 딴에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오히려 주제를 돌렸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혼란스러웠다. 가슴은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다만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인한 충격에 어디서 머리라도 얻어맞은 것 마냥 멍했다.
이후 나는 친구에게 의지해서 우울증을 견뎌보려고 했던 나의 치기 어린 결심을 단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