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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서 Sep 10. 2021

인턴은 원래 이런 건가요?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초행길이니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쓸데없는 걱정에 1시간이나 일찍 집에서 나왔다.


붐비는 사람들.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음, 잠이 덜 깨 산만한 정신. 여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그날따라 가방을 멘 왼쪽 어깨가 너무 아파왔다. 서 있을 기운도 없어 바닥에 앉아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한차례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데 반대방향에서 출근을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 무리가 마치 전쟁을 참여하는 군인들 처럼 위풍당당한 기세로 맞은편으로 걸어왔다. 나는 그들을 피해 벽에 붙다시피 걸었다. 유일하게 반대방향으로 가는 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다 서울의 중심부로 가는 거겠지.


역에서 나와 털레털레 걷는 사람들의 뒤를 쫓아오다 보니 회사에 도착했다. 방문증을 끊고 사무실에 올라가니 웬걸. 그 큰 사무실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선임에게 전화를 하니 깨끗한 책상이 내 자리라고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깨끗한 책상은 없었고 당황한 나에게 선임은 사무실 내부 사진을 찍어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내자 전화기 너머로 머쓱해하는 선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선임은 책상에 위에 물건은 바닥에 내려놓고 업무를 확인하고 있으라며 내게 파일을 보내줬다. 책상을 치우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다른 인턴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업무를 확인하려던 찰나 선임 한 명이 오더니 옆 부서에 확진자가 나와서 사무실 근무는 불가능 하니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선임은 나를 포함한 인턴들에게 인턴들의 업무 실력이 마음에 안 들어 윗사람들이 화가 나있으니 앞으로 주의하라는 타박을 곁들이며 우리를 배웅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잔뜩 겁을 먹었다. 하필 왜 내가 오는 날 그들이 화가 나있는 걸까 하면서.


온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다시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 틈에 섞여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는 업무를 어리바리 처리하며 첫 출근을 마무리했다. 잠들기 전 나는 유튜브에서 무료 엑셀 강좌를 들으며 내일은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해 팀에 누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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