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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서 Sep 12. 2021

출근 두 번째 날, 회사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두 번째 출근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 가본 길이라고 첫날처럼 몸에 긴장을 가득 머금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전날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아니면 좋지 않았던 컨디션이 출근이라는 낯섦에 한계점을 돌파했는지 임파선이 부어 턱이 욱신거렸다.


무거울 때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열심히 달려 회사 앞에 다 달았을 즈음에 선임에게 연락을 받았다. 전날 확진자 발생으로 아직 내부 회의 중이니 출근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내가 멈추라고 해서 멈출 지하철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고도 없는 정거장에서 내리기도 뭐해 연락을 받고도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는 갈 곳이 없어 역 안에 마련된 벤치에 잠시 앉았다. 가방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살 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백팩을 메야지’ 욱신거리는 왼쪽 어깨를 주무르며 나는 생각했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선임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오늘은 재택으로 근무를 하라고.


연락을 받고 나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1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는데 최소한 출근 두 시간 전에는 알려주지’


인턴들은 일반 직원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을 하기 때문에 다들 나같이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서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임도 나한테나 선임이지, 팀의 막내 인지라 선임의 탓을 할 수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집으로 향했다. 덜컹덜컹 지하철이 흔들렸고 얼마나 몸이 고됐는지 그 투박한 흔들거림이 아이를 재우는 엄마의 토닥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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