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3일 만에 정상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에게 업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눈치껏 다른 인턴들에게 물어보며 반복적인 클릭질을 했다. 지난 이틀 동안 어떠한 피드백도 받지 못해서 인지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편으로는 ‘잘하고 있으니까 아무 말 없겠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점심시간에 인턴 동생은 ‘오늘 우리 비싼 거 먹어요’라며 나를 이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틀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간 것이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물론 나도 그랬지만).
동생은 손에 식권을 잔뜩 든 채 오늘 비싼 거 먹을 거라며 연신 중얼거렸다. 회사에 대한 선포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동생에 손에 이끌려 가면서 이 근처에 비싼 게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양식집에 가려나?’ ‘함박스테이크 같은 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내게 동생이 물었다.
“언니 김치찌개 괜찮아요?”
좋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살짝 당황했다.
‘비싼 게 김치찌개?’
식당에 들어가고 동생은 김치찌개에 제육볶음 한 접시를 시켰다. 곧이어 누가 먹다 남긴 것 같은 부실한 김치찌개와 충격적인 김치찌개 옆자리여서 그런지 나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제육볶음이 식탁에 올랐다.
‘이거 먹으려고 그렇게 다짐을 한 거였어?’
나는 나보다 2살 어린 그 인턴 동생이 귀여워 보였다. 회사에 대한 복수가 고작 총합 19000원짜리 점심이라니. 곰인형의 솜 주먹 펀치 같은 보복이었다.
‘하긴 식권 1장당 6천 원인데 만 구천 원이면 3장 이상이니 복수라고 할 수 있겠네’
나는 피식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김치찌개에 라면사리까지 추가하는 사치를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