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이 알려준 것들

기분의 안녕

by 이지원입니다
KakaoTalk_20200208_175556570.jpg @ 블루체어



간밤에 꿈을 꾸다가 엉엉 울었다. 눈물은 '니가 방금 서러워 죽을 뻔했다니까?' 이 사실을 알리고자 증발하지 않고 베개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한쪽 뺨이 축축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도 축축 처져 버렸다. 토요일이라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발딱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밥도 챙겨 먹고 낭독도 연습하고 글도 쓰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야지? 하는 엄청난 계획이 다 짜여 있었지만, 나는 기분에 영향을 상당히 받는 연약한 인간이다. 토요일 '이라고'에서 토요일 '이니까'로 합리화하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몸만 겨우 침대에서 요가매트 위로 옮겨 놓고 어젯밤 꾼 꿈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에 모든 꿈이 그렇듯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스토리보다는 감정 위주로 떠올랐다. 학교였고, 친구들이 보였고, 무슨 발표를 하는 날이었고, 내가 발표할 차례가 되었는데, 나는 무슨 실수를 했고, 우리 분단 친구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선생님의 시선이 싸늘했고, 친구들도 나를 외면했고, 나는 두려웠고, 두려워서 방어하려다가 어떤 친구와 싸웠고, 하필 그 친구는 입김이 센 친구였고, 급기야 반 친구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상황이 왔다. 결정적으로 눈물이 터진 순간은 "학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떼를 쓰다가 엉덩이를 두들겨 맞았을 때였다.



돌이켜보면 나의 지적받기 싫어하는 방어기제는 항상 문제를 일으켰다. 완벽하지도 못할 거면서 완벽하게 하려다가 시간을 끌고, 시간을 끈만큼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지 못해서 실망을 사고, 내 딴엔 노력이 평가절하 받은 것 같아 속이 상해버리고, 그러면 또 하기 싫어지는데, 그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애를 쓰다가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 버렸다. 그러지 말아야지 매번 다짐해도 소용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 패턴을 반복할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아니 나라도 그런 나를 가엾게 여기고 보듬어주고 감싸주기로 했다. 그러다가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내가 울거든, 좀 쉬어가라고 다정하게 얘기해 주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그렇게 해줬더니 좀 살 맛이 나길래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


-2020.02



당장 쓸모는 없지만 언젠가 쓰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그걸 기분 전환 용도로 쓰곤 했습니다. 「기분의 안녕」은 그곳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단대표 이지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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