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밥 먹여 줘? 응, 먹여줘!

이찬원은 먹여 주더라.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나는 들어본 적 없고, 말해 본 적도 없지만 연예인 덕질에 너무 빠져있다 싶은 자녀에게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연예인이 밥 먹여 줘?"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밥'이라는 단어가 물리적인 그 '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네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있느냐'라는 의미일 것이다.


만으로 스물일곱 살인 큰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줄곧 연예인 덕질을 하던 아이였다. 슈퍼주니어, 샤이니, 페퍼톤스, 브라운아이드걸스, 세븐틴, 그리고 더보이즈. 많기도 했고, 마음도 자주 바뀌었다. 더 보이즈를 끝으로 그녀의 연예인 덕질도 끝이 났다.


큰딸의 연예인 덕질이 재미있는 취미생활로 보였던 나는 "연예인이 밥 먹여줘?"라는 말을 할 이유가 없던 엄마였고, 어릴 때부터 한 번도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었으니 "연예인이 밥 먹여 줘?"라는 말을 들을 일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이 나이에 연예인 덕질 중이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연예인이 밥 먹여 줘?"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히 대답할 것 같다. "응, 이찬원은 먹여 줘!"라고.


이 밥도, 저 밥도 모두 먹여 주는 연예인이 바로 가수 이찬원이다. '이 밥', '내 인생의 도움'도 주고, '저 밥', '먹는 음식'도 준다.


퇴직을 한 남편, 성인이 되어서 독립을 한 두 딸. 전업 주부인 내가 아내로, 엄마로 더 이상 할 일이 거의 없게 되었고, 무료한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심심하지 않게 해 주는 연예인이 나타났다. 노래로 즐거움과 위안을, MC를 맡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러 상식과 정보를 준다.

나에게 '이 밥'을 주는 가수 이찬원이다.


그런데 그 이찬원이 진짜 '밥'을 준다며 백반집 앞에 줄을 서라고 했다.

'신상출시 편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찬또네 백반집'을 오픈한다며 밥 먹을 사람은 신청을 하라고 했다.


새해에 집에서 떡국과 잡채를 만들어서 팬들 먹으라며 유튜브에 올려주던 그 아이는 편의점 모델을 하면서 본인의 아이디어로 낸 도시락 세트를 사 먹을 수 있게 하더니 백반집을 차려서는 밥을 실제로 먹여주었다.


27살, 내 큰딸과 동갑인 청년의 한식 사랑과 한식 요리 솜씨는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봐왔지만, 도토리묵도 쑤고, 겉절이도 담그고, 이색 양념으로 닭갈비도 재우고, 잡채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삶은 계란을 100개나 까서 100인분 음식을 만들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리도 혼자서, 플레이팅도 혼자서, 그리고 서빙도 혼자서 모두 했다니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나는 비록 '찬또네 백반집' 테이블에 앉는 행운을 잡지는 못했지만 이찬원이 만든 음식을 모두 먹어 본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팬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서 이찬원이 직접 의견을 낸 백반집이라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먹지 않고도 배부르고, 먹지 못했지만 그 맛을 알 것 같았다.


"연예인이 밥 먹여 줘?"

이찬원은 진짜 밥을 먹여주더라. 직접 요리 한 백반 한상을 먹여 주더라.


'찬또네 백반' 테이블에 앉게 된 팬들이 그저 부러웠던 나는 이찬원이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우승을 해서 출시한 삼각김밥과 된장술밥, 햄버거라도 먹자며 편의점 냉장고를 살폈다. 비록 내돈내산이지만 이찬원이 개발한 메뉴이니 이찬원이 먹여주는 것이라고 위안 삼으며.


"연예인이 밥 먹여줘?"

"응, 이찬원은 직접 요리한 밥도 먹여줘! 그 밥은 맛있기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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