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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02. 2023

전국노래자랑과 이찬원

누군가의 추억과 누군가의 기회

일요일 낮이면 어느 집이나 할 것 없이 TV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있었다. '딩동댕동댕~ 전국~노래자랑~'

브라운관 TV 앞에 모여 앉아서 출연자들의 외모나 노래실력을 평가하기도 하고, 인기상을 노리는 끼 많은 출연자 덕분에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 음식을 먹고 있는 송해 아저씨를 부러워하기도 하며 일요일 낮은 으레 누구나 보던 프로그램, 한국 최장수 프로그램오프닝 사운드와 멘트이다.


내가 중고등 시절부터 보던 프로그램이 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방송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일요일의 남자 송해 인사 올리겠습니다"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지만 새롭게 바뀐 사회자와 함께 전국노래자랑은 여전히 일요일 낮 우리들의 오락을 책임지며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TV 말고는 볼거리가 많이 없던 시절이었고, TV채널도 두어 개뿐이어서 아마도 일요일 그 시간에 TV를 켜놓은 이들은 모두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때였다. 그래서 누구나 추억의 한편에 전국노래자랑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TV 말고도 볼거리가 넘치는 요즘, 예전처럼 가족이 TV앞에 모여 앉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요일 낮에 변함없는 오프닝 사운드로 시작하는  전 국민의 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은 지금많은 이들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출연자였거나 관객이었거나 단지 시청자였거나 간에 40여 년의 세월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질 충분하고 긴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거기에 더해 꿈을 이루게 해 준 과정이다. 전국노래자랑의 특별한 정서와 기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전국노래자랑에 누구보다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이 있다. 초, 중, 고, 대학, 무려 네 번이나 출연을 했고,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꿈을 키우며 성장을 했고, 결국에 가수의 꿈을 이룬 이찬원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국노래자랑이라고 하면 당연히 송해아저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찬원의 팬들은 송해아저씨 다음으로 이찬원이 연상되는 프로그램인 이유이다. 어린 시절의 노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이찬원에게도, 팬들에게도 귀한 영상자료가 되었다.

 

한동안 잘 안 보던 전국노래자랑이었는데 우연히 봐지는 날에는 발랄했던 어린 이찬원과 커다란 검은 뿔테의 귀여운 고등학생 이찬원과 제대 후에 살이 올라서 누군가 싶은 이찬원이 떠오르면서 꿈을 향해서 부단히도 열심이었던 의 과거가 생각이 나곤 한다.

출연자들의 무대가 더 이상 가볍게만 봐지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그들 중에그때이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가수의 꿈을 위한 간절한 무대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이찬원이 전국노래자랑 초대가수로 출연을 적이 있다. 출연자였다가 초대가수가 되어서 무대에 선 그의 감회가 특별했을 것이 분명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찬원이 그 지역 특산물인 쌀로 약밥과 한과를 직접 만들어서 출연자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출연자들이 하던 지역특산물 홍보를 초대가수가 직접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방송 녹화와 앨범 발매, 콘서트 준비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약밥을 직접 만들 생각을 한 이찬원의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이찬원을 지켜봐 온 작가와 심사위원과 악단장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현장에서 이찬원이 약밥을 먹여주는 장면도 감동이었고, ".. 울컥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봐 온 이찬원 씨가 대스타가 돼 전국노래자랑에서 노래를 하는 자체로 정말 감동을 받았다"라고 소회를 하는 악단장님의 얘기가 뭉클하기도 하면서 돌아가신 송해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났다. 티격태격하던 두 분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찬원은 얼마나 더 송해 할아버지가 그리울까 싶었다.


"원 없이 찬란하게 빛나겠다"라며 초등학생 이찬원의 이름도 멋지게 해석해 주고, "노래라는 건 내 마음대로 부르는 게 1등이에요"라며 대학생 이찬원의 개성을 높이 평가해 준 송해 할아버지였다.


이찬원이 초대가수로 나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챙겨서 본 전국노래자랑은 MC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지역민들의 잔치자리였다. 소파에 편하게 걸터앉아서 보고 있으니까 마음은 무장해제 되었고 브라운관 TV를 보며 옹기종기 일요일 점심 밥상 앞에 모여 앉은 아버지, 엄마, 형제들과 어린 내가 떠올랐다.


시청자였기만 한, 여전히 시청자이기만 한 나도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추억이 여물었는데 하물며 네 차례나 출연을 한, 현재는 인기 가수가 된 이찬원에게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의미일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찬원의 SNS 닉네임이 'mee_woon_sanae'이다. 그가 대학생 때 전국노래자랑에서 불러서 최우수상을 받은 노래의 제목이다. 이찬원의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마음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딩동댕동댕~' "전국~ 노래자랑~, 일요일의 남자 이찬원입니다."

가수로도, MC로도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이찬원의 목소리로 수십 년 후에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도 TV라는 것이 존재하고, 전국노래자랑이 건재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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